트럼프 대통령 방한 앞서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 등 잇달아 방문
존 겔리 “(북핵문제)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美 대북정책 기조 ‘대화’쪽으로 선회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여일 뒤 한국을 방문한다. 11월10일부터 베트남·필리핀에서 각각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한·중·일 3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 백악관은 이미 11월3~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6일쯤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들이 잇달아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먼저 존 설리번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내주 한국을 방문,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3년4개월 만에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갖는다. 이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 준비, 북한·북핵 문제, 한미 양국 관계 등 주요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18일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포함한 한·미·일 3국 외교차관 협의회도 개최한다. 3국 협의회에서는 북핵·미사일 위협 등과 관련한 현재 상황 평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 북핵·미사일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3국공조방안, 지역·글로벌 협력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될 예정이다.

오는 26일쯤 조셉 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국무부 부차관보)도 한국을 방문한다. 이민 1.5세인 그는 32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으로 한국·태국·인도네시아·홍콩 등에서 외교경력을 쌓은 전형적인 아시아전문가다. 주한 미 대사관의 정무참사관과 공사를 역임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각계 인물들을 미 국무성 초청으로 방미를 주선한 바 있다. 그래서 한국의 정·관·언론계 등에 많은 인맥을 갖고 있다.

특히 조셉 윤의 방한이 주목되는 것은 그가 북미 간 직접대화의 미국대표라는 점이다. 조셉 윤은 그동안 박성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북미 간 현안 문제를 논의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후 북미대화 추진을 위해 한국 정부와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도 만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지칭했다. ‘화염과 분노’, 북한의 ‘완전한 파괴’, ‘폭풍 전 고요’, ‘한 가지 조건’등을 운운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레토릭에 불과하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는 그가 지난 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우리나라는 25년 동안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실패했다. 수십억 달러를 줬고 얻은 건 아무것도 없다. 정책이 통하지 않았다!(Our country has been unsuccessfully dealing with North Korea for 25 years, giving billions of dollars & getting nothing. Policy didn't work!)”

“(그동안의) 정책이 통하지 않았다!(Policy didn't work!)”는 핵심적인 언급에서 키워드는 일반적으로 ‘일하다, 작업하다’를 의미하는 ‘work’이다. 따라서 ‘didn't work’는 ‘나쁘다’, ‘잘못됐다’는 뜻이 아니라 ‘생산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군사옵션’ 운운하는 것은 무식·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꿔 말하면 ‘통할 수 있는 새로운 대북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다른 어떤 효과적인 대북정책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한 바가 없다. 그래서 ‘완전한 파괴’ 등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발언은 미국의 현 대북정책 기조가 ‘대화’보다 ‘제재·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트럼프 정부의 고위 관계자(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들의 “북한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외교적 수단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 등등의 발언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존 F. 켈리 대통령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의 발언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같은 해석이다.

로버트 라이히 UC버클리 교수(전 미국 노동부장관)은 지난 10일 ‘허핑턴포스트US’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주말에 트럼프는 당신(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과 대화를 하려 노력하는 것이 시간 낭비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트럼프에게 그보다 좋은 계획이 있는가? 이성적인 대통령이라면 국무장관에게 김정은과 대화해 보라고 할 것이다.” 이런 라이히 교수의 이런 발언은 미국 지식인사회의 여론을 반영한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12명은 지난 11일 트럼프 정부에 전면적인 대북외교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군사옵션’보다는 ‘북미대화’가 미국의 여론인 셈이다.

결국 이런 미국의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후 미국의 대북정책 기조가 서서히 ‘대화’쪽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폭풍 전 고요’가 전쟁 직전상황을 암시한 게 아니라 ‘기존의 모든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하고 있다. 그가 기자들에게 웃으면서 “두고 보면 알 것이다”고 말한 것이 바로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아마 ‘군사옵션’을 결심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박지원 의원이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은 평화"라고 단언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미국이 최근 전략폭격기(B-1B)·핵추진 잠수함 투산함(SSN 770)·핵추진 항모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등 미국의 전략자산들을 한반도 주변에 속속 집결시킨 것도 ‘높은 단계의 북미대화’를 앞두고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침내 존 켈리 비서실장은 12일(현지시간) 북핵 위협이 현재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며 외교해결을 강조했다.

반면 북한은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핵실험은 더 이상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도는 4차례, 중국은 6차례 핵실험을 했었다. 물론 북한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 완료 때까지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이 북미대화에 나서는 시점은 ‘핵·미사일 개발완료’로 자신들이 미국에 밀리지 않을 단계가 됐다는 확신이 섰을 때이다. ‘핵·미사일 개발완료이후 공식 대화가능’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북핵은 즉각 폐기돼야 하고, 김정은 체제는 조속히 붕괴돼야 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기대’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답답하다. 결국 있는 그대로 볼 수밖에 없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동시에 북미 간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전쟁’보다 ‘대화’로 가는 국면이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불편한 상황에서도 북미대화를 주목해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북미 간 어떤 채널이 가동되고 있으면 쟁점은 무엇인가.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중국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에게 북한과 2~3개 직접 소통 채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뉴욕채널’, ‘싱가포르 채널’, ‘오슬로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조셉 윤과 박성일 간의 ‘뉴욕채널’은 지금도 가동 중이다. 조셉 윤과 가까운 박지원 의원은 최근 필자에게 “‘낮은 단계의 채널’은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뉴욕채널’을 의미한다. AP 통신은 지난 8월11일 미국과 북한의 외교 라인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수개월 간 비밀 접촉(engagement in backchannel diplomacy)을 해오고 있다면서 조셉 윤-박성일 간의 ‘뉴욕채널’을 보도한 바 있다.

‘오슬로 채널’은 지난 5월 9일 가동된 바 있다. 그래서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9월 28일 “북·미가 10월 중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1.5트랙’ 접촉을 가질 전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북한에선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 또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미국 측에선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대사와 조셉 디트라니 전 미국 6자회담 차석 대표가 참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성사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싱가포르 채널’은 가동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북미대화의 쟁점은 ‘핵 관리’, 즉 ‘핵 동결’이다. 존 켈리 비서실장의 12일 발언에서 ‘핵 관리’가 언급됐다. 그는 “당장 그 위협은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시간이 흘러 상황이 지금보다 커지면, 글쎄,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말했다. 미국의 조건이 ‘비핵화 전제’에서 ‘핵 관리’로 바뀐 것이다. 켈리 비서실장의 ‘핵 관리’ 발언은 북한의 조건인 ‘핵 보유국 인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과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만남이후 나온 발언이란 점도 주목받는 대목이다. 11월 아시아 순방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키신저 전 장관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제19차 중국공산당 대회에서 ‘시진핑 체제’가 공고해질 경우 중국의 대북압박도 강화되며, 북미관계도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핵 동결’이 대화의 조건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북핵문제 해결은 핵 동결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북한이 추가적인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대화의 여건이 갖춰질 수 있습니다.”고 강조했다. 미국보다 앞서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핵 동결’을 공식적으로 제시했으나, ‘비핵화’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북한에게 ‘대화의 사인’을 보낸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반도 문제의 주도적 해결’에 있다. 문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한반도의 평화도, 분단 극복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만들어가야 합니다…안보를 동맹국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고 강조했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북핵문제와 관련,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른 것 가운데 하나는 중국에 구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드문제로 한 중 간 불편한 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주도적 해결’에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도적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11월 초까지 ‘핵 동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핵심 관계자는 “남북한과 미·일이 북핵을 공동 관리하는 방안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핵 관리’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누가 이 비용을 감당할 것인가. 이것이 문제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시사IN’의 남문희 기자는 지난 9월13일 ‘핵실험에 담긴 김정은의 노림수’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렇게 분석했다. “5대 핵 타격 수단이 완성되면 미국도 더 이상 협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북한의 계산이다.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전후 처리를 끝내고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며 핵 동결과 폐기를 대가로 경제개발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단순 동결, 비확산, 불능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가역적 핵 폐기(CVID) 등 여러 단계로 나누어 비용을 차등화해서 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이 그동안 중국과의 협상 및 5월 8~9일 오슬로 북·미 대화 등에서 제시한 금액을 합치면 550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에는 북한 내에서 3000억 달러 얘기도 나온다고 한다.” 5대 핵 타격 수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강조한 것으로 수소폭탄·이동식 ICBM·SLBM·핵어뢰·핵배낭 등을 일컫는다.

노자의 ‘도덕경’ 제2장에 ‘有無相生(유무상생·유와 무는 서로 살게 해 주고), 難易相成(난이상성·어려움과 쉬움은 서로 이뤄주며)’이란 말이 있다. 최진석 서강대 교수는 ‘난이상성’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쉬움은 어려움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쉬운 것이 되고, 어려움도 쉬운 것과의 비교 즉 관계 속에서 비로소 어려운 것이 된다.” 그는 나아가 “이 세계에 있는 모든 것은 그 반대편 것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그것이 된다. 모든 것은 그 반대편을 향해 항상 열려 있다.”고 해석했다.

북핵은 분명 ‘어려움’이다. 그러나 이를 노자의 문법으로 풀어보면, 북핵은 ‘쉬움’과의 관계 속에서 ‘어려움’이다. 그 ‘어려움’은 ‘쉬움’을 향해 항상 열려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쉬움’이란 뭘까. ‘대화’다. ‘극양(極陽)은 음(陰)으로, 극음(極陰)은 양(陽)으로’ 해석하는 주역의 풀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한마디로 북핵이 극도의 ‘어려움’의 국면에 도달하게 되면 ‘쉬움’의 국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자연의 이치라는 얘기다. 전쟁은 평화를 향해 항상 열려 있고, 대결은 대화를 향해 항상 열려 있다. 북핵문제도 이런 이치를 깊이 깨달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노자는 이어 “長短相較(장단상교·길고 짧음은 서로 비교하고), 고하상경(高下相傾·높음과 낮음은 서로 기울며), 音聲相和(음성상화·음과 성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前後相隨 (전후상수·앞과 뒤는 서로 따르니)”라고 했다. 우주의 존재원칙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