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부터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연 24%로 인하
고금리 부담 줄지만, 불법사금융 키우는 부작용 우려
"풍선효과 막아야…소외계층 제도권 흡수 노력 필요"

▲ 서민들의 이자부담 경감과 불법사금융 시장을 키우는 '풍선효과'의 양면성을 지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정책을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사진은 불법 대출광고 전단지 모습. 사진=대부금융협회 제공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새 정부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에 따른 가계빚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출금리 상한을 낮춰야 하는 제도권 대부업체들이 대출심사를 한층 강화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어서다.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불법 사채시장의 확대로 서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사각지대의 금융소외자를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는 서민금융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로 인하된 이후 대부업체 거래자 수는 13만명 가량 줄었다. 반면 불법사금융 이용자는 2015년 말 33만명에서 지난해 말 43만명으로 10만명(30.3%) 늘었고, 같은 기간 불법사금융 이용액은 11조원에서 24조원으로 23조원(209.1%) 증가했다.

신용등급별 이용자를 살펴보면 우량고객으로 분류되는 1~6등급 이용자 비중은 2015년 말 27.8%에서 올 6월 31.1%로 3.3%포인트 늘었지만, 저신용자에 속하는 7~10등급은 72.2%에서 68.9%로 3.3%포인트 줄었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대부업체들이 부실률 관리를 위해 여신심사를 한층 깐깐하게 하면서 부실률이 높은 저신용자들의 이용 비중은 줄어든 반면, 그동안 대부업을 이용을 하지 않았던 높은 신용등급 보유자들이 새로 유입되며 전반적인 대부업 이용자들의 신용도가 좋아진 것이다.

새 정부는 대표적인 서민금융 공약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약속했다. 우선 1단계 조치로 내년부터 대부업법상 최고금리와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을 24%로 통일시키고, 이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대부업계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로 취약계층을 흡수하지 못하게 돼 불법사금융 시장을 키우고 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대부협회 관계자는 "최고금리 인하로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지 못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부작용과 이에 따라 발생하는 불법초과이자, 단속비용 등까지 고려할 경우 최고금리 인하의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협회가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낮아지면 15개 대형 대부업체(대출잔액 1000억원 이상) 중 3개사는 신규 대출을 줄이고, 11개사는 아예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업체들의 대출승인 거절 건수는 122만6000건(107만9000명, 6조981억원)으로 추정됐다.

등록 대부업체도 이용하지 못하는 저신용·저소득자 등 취약계층이 불법사금융을 찾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의 정책자금이 투입돼야 하지만, 햇살론과 미소금융 등 현재의 정책자금은 30만명 정도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이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기에는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정 금리상한을 낮추면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줄어들 수 있지만, 영세 대부업체들의 음성화로 지하 대부업 시장을 키우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최고금리 인하와 함께 불법 사채시장에 노출된 금융 소외계층을 제도권으로 흡수할 수 있는 서민금융대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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