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산업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힘” 강조하더니 스스로 존립 이유 부정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한국마사회가 말 수입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수출은 고작 15마리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마사회의 주 수입이 사행성 논란이 거센 경마라는 점에서 국민 호주머니에서 빼낸 돈으로 다시 경마에 필요한 말 수입에 열을 올렸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최순실 유착 의혹'으로 위상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말 산업 육성 전담 기관’이라는 존립 이유마저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가 공개한 한국마사회의 '등록말 수출·수입 실적'에 따르면 마사회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총 4395마리를 수입했고, 수입용 말값으로 1963억원을 지출했다. 최순실 유착의혹이 제기된 현명관 전 회장 재임 시절인 2014년에 가장 많은 603마리(275억원)을 수입했다. 용도별로는 경주용이 2913마리, 번식용이 1482마리였다.

반면 국내 말 수출은 2007년 이후 10년 동안 고작 15마리에 그쳤다. 수출액도 수입액의 0.1%(1억6000여만원)에 불과했다. 위 의원은 "말 산업 육성 전담 기관으로 지정된 마사회가 그동안 말 산업 발전은 등한시하고 경마 산업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실제 마사회는 사행성 논란에도 장외발매소인 화상경마장을 확대하면서 경마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려왔다. 화상경마장은 실제 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스크린 중계로 경마에 참여할 수 있어  중독성에 대한 사회적 경고음이 크다.

특히 화상경마장이 학교와 주택가로 파고들면서 지역 주민들과 심각한 갈등까지 초래했다. 금품을 제공해 찬성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용산 화상경마장의 경우 주민들의 반발 끝에 결국 폐쇄가 결정되기도 했다.

마사회는 이를 통해 올린 수입으로 정년대기자에게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쥐어주는 등 직원들에게 '잔치'를 벌이다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현 전 마사회장도 두둑한 보수를 챙겼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현 전 마사회장이 지난해 수령한 경영평과성과급 및 상여금 합계액은 1억1538만원으로 전년대비 115.2%(6177만원) 급증했다. 35개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 기관장 중 최고치다.

올 여름 마필관리사 2명이 다단계 고용구조로 열악한 처우를 견디지 못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사건과 너무 비교된다.

반면 마사회는 사회공헌사업에는 돈을 아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에 따르면 마사회 사회공헌사업 예산은 2010년 209억원에서 지난해 156억원, 올해는 135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전체 예산대비 0.2% 수준에 불과하다. 지역 농어촌 복지 단체들에 승합차·이동목욕 차량을 지원해 큰 인기를 끌었던 '사랑의 황금마차' 사업도 2013년 120대 지원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2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이양호 한국마사회장이 선서를 하고 있다.

마사회는 현재 이양호 회장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던 황교안 국무총리가 인사권을 행사해 그를 회장직에 임명하면서 논란이 됐다. 용산 화상경마장 갈등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그를 ‘친박 낙하산’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진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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