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임 개입설 등 최순실 관련 의혹 빌미 됐나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 국빈방문에 동행한 경제사절단에서 잇따라 제외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특히 권 회장이 참가 신청까지 하면서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낙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청와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풀이까지 나온다. 권 회장과 함께 이름이 빠진 재계 인사들은 최순실 의혹에 연루되거나 비리의혹이 제기된 인물들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경제사절단에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손경식 CJ 회장 등 주요 기업 경영인 80여명이 포함됐다. 손 회장을 빼고는 대부분 사장·대표나 전무·상무급으로 주로 전문경영인이 참가했다.

권 회장 역시 전문경영인이지만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민경준 크라카타우포스코 법인장(부사장)이 지난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참가해 포스코의 ‘한-인니 협력 성공 사례’를 발표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현지 진출 한국 기업중 포스코의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상황에서 회장이나 사장급이 명단에 포함돼지 않았다는 사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가 일관제철소 등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금액이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에대해 포스코 측은 '실무진 참석으로 철회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외가 아니라 불참이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지난 6월 방미 경제사절단에서도 제외됐다. 국내 철강 회사들이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는 상황에서 한국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는 권 회장이 명단에서 빠졌다는 사실에 재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에서는 권 회장이 최순실 사태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권 회장은 2014년 회장 선임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개입설, 포레카 강탈 사건,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연루 의혹으로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이런 의혹에도 그는 올초 연임에 성공했다. 포스코의 실적개선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철강업황 호전에 정준양 전 회장 시절 이뤄진 문어발식 사업확장에 따른 고강도 구조조정 아래 나온 성과라는 점에서 특별한 그의 경영 성과로 보기는 힘들다는 시장의 반응도 있었다.

또 다른 재계의 관계자는 “사실상 도덕성을 중요시하는 현 정부의 기조에서 각종 의혹이 봇물이 된 권 회장을 한국을 대표하는 해외 경제사절단에 포함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영화됐지만 포스코가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권 회장이 두 번이나 퇴짜를 맞았다는 것은 모종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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