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및 기타금융기관 가계빚 682조원 돌파
전체 가계부채 중 52% 차지…사상 최고 수준
커지는 풍선효과에 가계빚 질적악화 우려 커져

▲ 은행권의 높은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가계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풍선효과'가 심화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비은행권의 가계빚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가계가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예금은행이 아닌 곳에서 빌린 돈은 680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은행권의 대출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저소득자 등 서민가계가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비은행권 대출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심화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총 1313조35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및 기타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총 682조8774억원으로 52.0%에 달했다. 이 비중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래 분기 기준으로 최고 수준이다.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및 기타금융기관에는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보험기관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이 포함된다.

분기 기준으로 비은행 및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6년 4분기 39.9%로 40%를 밑돌던 비은행 및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2009년 4분기 44.2%까지 상승했고, 2014년 1분기에는 50.1%로 첫 50%대를 돌파했다.

최근 들어서는 상승 속도가 가팔라져 지난해 4분기 51.4%, 올해 1분기 51.9%에 이어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처럼 가계대출에서 은행 비중이 줄고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를 찾는 가계가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 여파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진 데다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차주들이 소득 수준과 신용도가 낮고 부채상환능력도 떨어져 가계부채의 취약고리로 꼽힌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가계부채보고서를 보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20%)는 가계대출에서 비은행권 비중이 5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자영업자도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이 각각 43.2%, 41.4%로 높았다.

특히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2~3배 이상 높고, 대부업체 신용대출의 경우 대부분이 법정 최고금리(연 27.9%) 수준의 고금리를 물리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급격한 이자부담 증가는 가계빚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한국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릴 경우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가계부채 이용자들은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에 대비해 비은행권 가계대출의 부실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수요가 제3금융권이나 불법사채시장으로 몰리는 또다른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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