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예대금리차 2.06%…1년새 0.13%p↑
이자이익 27.6조원 달해, 5년만에 최대 규모
유례없는 이자장사…사상 최대 실적잔치 예고

▲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예대금리차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올해 역대급의 이자이익을 쓸어 담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올해 역대급의 이자이익을 쓸어 담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 여파에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예·적금 등 수신금리는 되레 떨어지면서 예대금리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예대마진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은행권이 올 4분기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잔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2.06%로 지난해 3분기보다 0.12%포인트 커졌다. 이는 대출금리가 지난해 3분기 3.21%에서 올 3분기 3.24%로 올랐지만, 예금금리는 같은 기간 1.27%에서 1.18%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대금리차는 올해 들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 1분기 1.99%에서 2분기 2.03%로 0.04%포인트 가량 상승한데 이어 3분기에는 2.06%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3분기 은행 이익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66%로 전년동기 대비 0.12%포인트 커졌고, 3분기까지 이자장사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27조6000억원으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이러한 이자이익 확대에 힘입어 은행권은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1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기간 순이익(5조5000억원)의 2배를 넘는 수준이며, 2011년 13조원을 기록한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은행권의 주된 수익기반인 예대마진 확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은행의 이달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시중금리는 이미 가파른 오름세를 탄 데다 정부의 잇단 고강도 대출규제 여파로 은행의 가계대출 심사가 깐깐해지면서 가산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하락에도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깜짝 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가산금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기준금리가 내린 만큼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아 추가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기준 16개 국내 은행의 가산금리 평균치는 3.29%로 2013년에 비해 0.33%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기준금리가 2.85%에서 1.5%로 1.35%포인트 떨어진 것에 비하면 반대로 움직인 셈이다.

은행들은 조달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금리를 정하는데, 기준금리는 금융채와 코픽스에 연동되기 때문에 은행들의 재량권이 거의 없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재량이 크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려 수익을 내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자 최근 금융당국이 과도한 가산금리 인상을 억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은행의 이자장사를 억제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의 가산금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수차례 밝혔지만, 얼마나 효용이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당국이 금리산정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금리차 확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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