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개 시중은행 신용대출 한달새 1.7조원 급증
저축은행·대부업체 등 비은행 신용대출도 고공행진
금리 상승기 부실화 우려 커져…"속도조절 나서야"

▲ 올해 들어 은행권은 물론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 등 전 금융권의 개인신용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하면서 가계 빚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저축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금융권의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 3분기 은행권의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7조원 가량 급증하며 역대 최대폭을 기록했고,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신용대출도 정부의 가계빚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한 가운데 신용대출이 대출문턱은 낮은 대신 이자가 비싼 고금리대출이라는 점에서 가파른 대출 증가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45조5000억원으로 3분기에 15조원(2.4%) 늘었다. 3분기 증가 규모는 전분기(12조원)는 물론 작년 4분기(13조5000억원) 보다 많은 수준이다. 3분기 주택담보대출이 8조원 늘어나며 1분기(6000억원)와 2분기(6조3000억원) 에 비해 확대됐다.

9월 말 기타대출 잔액은 188조원으로 집계됐다. 기타대출에는 마이너스 통장 등 신용대출과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예·적금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이 포함된다. 기타대출은 3분기에 7조원 가량 급증하며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최대 증가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기타대출 증가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올 1분기 기타대출 증가액은 4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분기에 5조7000억원으로 급증했고, 3분기에 7조원 늘어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도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 10월 기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개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5조6265억원으로 한달 새 1조7729억원 가량 증가하며 2016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철 수요와 추석 연휴가 겹치면서 마이너스 통장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며 "올 하반기 부동산 대책 시행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크게 줄면서 신용대출로 부족한 자금을 마련하려는 풍선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 등이 속한 비은행권의 신용대출도 급증세다.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주요 고객층인 중신용자(신용등급이 4∼6등급) 신용대출은 지난 2012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최근 5년여 사이에 총 17조6000억원이 늘었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이 63.7%, 카드사는 60.2%를 차지했다.

중신용자 신용대출 금리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이 평균 5.8% 수준인데 반해 상호금융은 7.5%, 보험사는 10.5%, 카드사는 14.9%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저축은행(21.4%)과 대부업체(27.6%)의 평균 대출금리는 20%를 넘었다.

이처럼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을 찾는 가계가 늘어난 것은 경기불황 여파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많아진 데다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한층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한 상황에서 대부분 변동금리가 적용되는 신용대출 차주들의 대출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다중채무자들의 이자 부담이 늘고 경기 부진에 따른 소득감소로 한계상황에 몰리면 소액신용대출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신용대출의 속도 조절과 함께 지속적인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