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등 아세안 진출 한국 기업 실패보다는 성공 거둬
K팝 등 한류 영향 커…정서적으로 미·중보다 한국 선호
‘신남방정책’ ‘신북방정책’과 균형 이루면 성과 클 듯

스리랑카는 인도의 남동쪽, 인도양에 위치한 섬나라다. 국토의 면적은 6만5610㎢로 남한의 약 2/3 정도. 인구는 2240만9381명, 국내총생산(GDP)은 835억달러로 세계 65위 국가다. 불교 국가이며 신할리족이 주민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변방 취급을 받던 스리랑카가 최근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요동치는 국정정치의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스리랑카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한국의 ‘신남방정책(新南方政策)’이 3각으로 교차하는 전략지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29일 열린 한-스리랑카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교 40년의 의미를 넘어선다. ‘신남방정책’의 새 지평을 여는 계기이며, 인도양을 아우르는 ‘매핑(mapping)’의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직접 방문해 마이쓰리팔라 시리세나(Maithripala Sirisena) 스리랑카 대통령을 영접한 것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스리랑카와 한국은 국민이 주인인 정부라는 국정목표를 공유하며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동남아, 서남아를 아우르는 지역의 번영과 공동평화를 추구하는 ‘신남방정책’의 훌륭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한국과 스리랑카가 다목적 어항(harbor)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교차하는 인도양에 한국이 관여하기 위한 포석이기 때문이다. 특히 양국이 군(軍)당국 간 교류, 전략적 소통, 연수기회 확대를 포함한 국방 분야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은 ‘신남방정책’이 안보문제를 포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래서 스리랑카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2019년까지 3년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지원 규모를 기존 3억달러에서 5억달러로 증액하고 KOICA 사업 등 무상원조 개발 분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이번 한-스리랑카 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지난번 동남아 순방에서 제시한 ‘신남방정책’의 확장이다. ‘신남방정책’이 아세안 10개 회원국(태국·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만을 상대로 한 외교정책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스리랑카와 인도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한국 외교지평의 확장이자 ‘뉴 아세안 비전’인 셈이다.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대응책으로 미·중 간의 ‘틈새전략’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아세안 2025 공동체 출범 성명’은 ‘사람 중심의, 사람 지향의 공동체’를 추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나의 오랜 정치 철학인 ‘사람이 먼저다’와 같고, 촛불혁명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비전”이라며 “사람에 대한 중시는 한국과 아세안의 공통철학이자 한국과 아세안의 이정표”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무엇보다 ‘사람’, 즉 한국 국민과 아세안 국민을 중심에 두고 아세안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며 “아세안과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사람 중심의 평화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철학을 담고 있으며 정책방향이다. 더욱이 아세안은 한국 교역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수출액 4954억달러 가운데 중국이 1244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아세안이 745억달러로 2위를 차지했다. 미국(664억달러)과 EU(466억달러), 일본(243억달러)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면 과연 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서 한국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버금가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을까.

필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첫째, 그동안 많은 한국 기업들이 아세안-인도·스리랑카에서 실패보다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을 비롯해 인도·스리랑카에서 사업을 벌인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했다. 큰 부를 축적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았다.

둘째, 아세안-인도·스리랑카 국민은 정서적으로 미국과 중국보다는 한국을 선호한다. K-POP 등 한류의 영향이 크다. 한국의 아세안-인도·스리랑카 진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낮다. 최근 아세안-인도·스리랑카 국민들의 한국 방문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셋째,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풀어볼 때, 한국의 아세안-인도·스리랑카 진출은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 한국은 ‘목(木)’에 해당하고 아세안-인도 스리랑카는 ‘화(火)’에 해당한다. 오행상생(五行相生)은 ‘木(목)→火(화)→土(토)→金(금)→水(수)’의 오행(五行)이 서로 순환하면서 낳는 이치를 말한다. 즉, ‘木生火(목생화), 火生土(화생토), 土生金(토생금), 金生水(금생수), 水生木(수생목)’인 것이다. 그리고 한국이 ‘목’이고 아세안-인도·스리랑카가 ‘화’라면 ‘목생화(木生火)’의 이치에 따라 한국은 아세안-인도·스리랑카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신남방정책’은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전략’의 ‘차축(Axial)’이다. ‘신남방정책’은 대한민국이 세계 중심 국가, 일등 국가가 될 수 있는 국가전략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이 ‘신북방정책’과 균형을 이루면서 성과를 낸다면 한국의 미래는 밝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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