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블록체인 기술 심도 있게 검토해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정부의 가상화폐 대책이 나왔다. 이용자 본인 확인 강화, 고교생 이하 미성년자 계좌개설 금지,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 금지 등이 담겼다. 거래소의 경우 고객자산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가상통화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등의 의무화를 검토키로 했다. 가상통화를 통한 자금 조달인 가상통화 공개(ICO)도 전면 금지한다.

정부가 가상화폐, 보다 정확하게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카드를 꺼내든 데는 이른바 ‘비트코인 광풍’이 바탕이 됐다. 1개당 몇 달러에 불과하던 비트코인이 올해 2400여만원까지 치솟고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성공담이 꼬리를 물면서 직장인들은 물론 학생, 주부들까지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넘치는 유동성도 한 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거래량은 전세계 거래량의 25%까지 늘어나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에 위치한다.

부작용도 심화됐다. 불과 수 분만에 수십프로가 오르내리는 등 급격한 시세 변동으로 투기성이 극에 달하고, 대놓고 이뤄지는 시세조작(펌핑)에 연예인이 연루된 각종 사기사건까지 터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애초 정부가 규제 입장을 밝히면서 투기장으로 변질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이제 막 태동한 신 시장인 만큼 아직 규제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갑론을박도 치열하게 불 붙었다.

현재 정부가 암호화폐를 보는 시각은 부정적이다. 기본적으로 화폐로서 인정할 수 없고 제도권 편입도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규제 TF팀을 이끄는 기관이 법무부라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9월 IPO(기업공개)와 비슷한 의미인 ICO(가상통화 발행에 의한 자금 조달) 전면 금지를 밝힌 바 있다. 중국도 올해 ICO를 전면금지 했지만 ‘한시적인 조치’라고 설명하면서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반면 IT 전문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이미 글로벌 온라인 네트워크 안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할뿐더러 자칫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블록체인 등 신시장에서 우리나라만 뒤쳐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미국이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하고 일본이 결제수단으로 공식 인정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 정부도 시장 초기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제도권으로 편입해 관리감독과 동시에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 선물 시장을 준비하던 증권업계도 정부의 규제가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의미를 넓게 보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게임 아이템 현금거래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과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규제의 칼을 꺼내든 바 있다. 게임내 가상 재화의 소유권이 기업에게 있다고 주장해온 게임사들은 반색했다. 그 결과 개인 간 거래 규모가 줄고 중개업계도 위축됐다. 그사이 게임사들은 사행성 논란이 거센 확률형 캐쉬템을 팔아 엄청난 이득을 거둬들였다.

논란을 떠나 비트코인을 대한 정부의 잣대는 이중적이다. 정부는 사행성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로또와 경마는 장려하고 있다. 해마다 로또 판매점을 늘려온 정부는 급기야 인터넷으로 로또는 살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줬다. 경마장을 가지 않더라도 이용이 가능한 화상경마장은 골목까지 침투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정선 카지노에는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한 노숙자들이 즐비하다. 정부는 예방과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지금도 넘쳐난다. 여기에는 세수 문제가 깔려있다. 정부는 걷어들인 세금을 공공재원으로 활용한다며 공익성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출할 예산을 사실상 서민 주머니에서 털어내고 있다는 비판은 거세다. 비트코인의 사행성이 문제라면 이들 ‘죄악산업’에 대한 규제 역시 더욱 강화해야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정부의 근본 고민은 사실상 사행성이 아니라 암호화폐에 대한 통제에 대한 고민일 가능성이 크다.

투기화된 암호화폐 거래에서 피해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투자자보호를 위한 정부의 규제는 고강도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현행대로라면 사실상 거래소들이 나쁜 맘을 먹고 투자자들의 자산인 코인을 들고 튀더라도 현실적인 제재가 쉽지 않다. 최근 피해자를 양산한 빗썸의 서버마비 사태에 대한 법적인 처벌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은 안 된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신시장에 대한 테스트를 본격화한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금지된 ICO가 전도유망한 벤처들의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대한 논의도 지속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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