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390만명…1인당 부채 1억1500만원
소득 63% 빚 갚는데 써야, 채무상환 부담 커져
"가계빚 부실화 촉발 우려…맞춤형 대책 필요"

▲ 가계빚 급증세를 잡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 가계대출 조이기가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상승이 불가피해지면서 채무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다중채무자들의 부실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pixabay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들의 부실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전방위 가계대출 조이기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상승, 소득 감소 등 외부충격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 가계부채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린데 이어 미국 연준까지 이달 금리 인상에 가세한 만큼 국내 대출금리 상승세는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어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부실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금융권의 다중채무자 대출액은 전년 말 대비 6.0% 증가했다. 연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대출증가율은 8.0% 수준으로, 지난해 증가율(11.9%)과 비교하면 다소 둔화한 모습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업권별로는 저축은행이 11.7%로 가장 높았고 보험사(9.0%)와 은행(6.3%), 카드사(4.5%), 조합(4.5%), 캐피탈(1.9%)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험업권의 다중채무자 대출액 규모는 은행, 카드사 등에 비해 적지만, 최근 3년간 증가율은 저축은행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다중채무자는 비다중채무자에 비해 부채 규모가 큰 데다 채무변제 등을 통한 신용회복률(34.9%)도 비다중채무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잠재적 부실과 연쇄부실 발생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나이스(NICE)평가정보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390만명으로 전체 채무자(1857만명)의 21.0%를 차지했다. 이는 개인이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보험사 등 각 금융사에서 받은 대출을 종합한 수치다.

다중채무자는 2013년 말 338만명에서 2014년 말 347만명, 2015년 말 365만명, 지난해 말 383만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매달 평균 1만2000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올해 들어서는 6개월 만에 7만명이 늘었다. 다중채무자가 보유한 채무 총액은 지난 6월 기준 450조원에 달했고, 1인당 부채는 1억1529만원 수준이다.

다중채무자는 가계부채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저소득·저신용에 해당하는 취약계층이 여러 금융기관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은행 문턱에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하는 가계가 늘고, 기존 빚을 갚기 위해 다른 금융사에서 대출받는 '돌려막기'로 근근이 버티는 가계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연간소득은 3748만원, 연평균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액은 2362만원으로 각각 추정됐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3.0%로 2013년 말(54.0%)보다 9.0% 포인트 올랐다. 매년 갚아야 할 빚이 연간소득의 60%를 넘을 정도로 확대된 것이다.

빚더미에 앉은 다중채무자들이 원리금 상황부담을 이기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경우 정부의 서민금융상품마저도 이용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제도권내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져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불황 등의 여파로 다중채무자의 소득은 제저리걸음인 데 반해, 갚아야 할 원리금은 빠르게 늘면서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시중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이들의 원리금 상환이 어려워질 경우 가계빚 부실화를 촉발할 수 있는 만큼 이들이 연체에 빠지지 않고 서서히 부채규모를 줄일 수 있도록 맞춤형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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