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5억원 과징금에 국민 분노…‘대기업 면죄부’ 더 이상은 안 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과거 ‘대기업 면죄부’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각종 의혹이 제기됐던 ‘가습기살균제’와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 대한 기존 결정을 하나씩 뒤집으면서 고작 5억원의 과징금으로 끝난 ‘남양유업 욕설우유’ 갑질 사건에 대한 공정위의 재조사 결론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정위는 지난해 유독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팔면서 인체에 해가 없다고 광고한 SK케미칼과 애경에 대해 제품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한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따라 검찰 고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고리 내 소멸법인 + 고리 밖 존속법인'에 대한 판단이 순환출자 ‘강화’로 잘못 판단했다며 이를 '형성'로 정정했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의 강화가 아닌 신규 고리 형성으로 결론이 뒤집어진 셈이다. 이에따라 삼성SDI의 삼성물산 추가 매각이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공정위가 과거 부실 논란이 야기된 사건에 대해 줄줄이 재조사에 들어가고 그 결론이 뒤집히면서 2013년 남양유업 갑의횡포 사건에 대한 재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공정위는 올해 남양유업 대리점에 대한 서면조사 등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강제로 할당하고 판매를 강요한 이른바 ‘밀어내기’ 사건으로 온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피해 대리점들은 말을 듣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로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를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 회사 영업사원이 아버지뻘인 대리점주에 막말과 욕설을 하며 사실상 협박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전국적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강제로 떠안은 우유를 제때 팔지 못해 우유로 목욕을 하거나 이웃에 나눠줘 ‘기부 천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대리점주의 슬픈 사연도 전해졌다. 사건 초기 한 직원의 개인적 일탈 행위로 혐의를 부인하며 발뺌을 하던 남양유업은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사과로 용서를 구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하지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은 고작 과징금 5억원으로 마무리됐다. 애초 공정위가 1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법원에서 밀어내기 시기, 수량 등 입증자료 부족으로 119억원이 취소돼 결국 5억원으로 과징금이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이 받아간 보수(18억8100만원)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여기에 ‘파견사원 인건비 떠넘기기’ 과징금 5억원이 더해졌을 뿐이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남양유업 임직원들에 대한 처벌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났다. 이를 두고 공정위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갑질은 있었지만 사실상 처벌은 없었다는 시민단체들의 비판이 들끓었다.

공정위의 재조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대부분의 대리점 컴퓨터가 교체되거나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등으로 관련 자료가 삭제됐기 때문이다. 앞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거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대리점주가 남양유업을 증거인멸 혐의로 추가 고발했지만,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에따라 결국 '김상조 공정위'의 조사 의지에 따라 결론이 갈릴 전망이다.

아울러 남양유업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여부도 주목된다. 서울광고는 홍원식 회장 동생인 홍우식 대표가 운영하는 회사로 매출 대부분을 남양유업에 기대고 있다. 홍 대표(지분 89.9%)와 그의 딸 홍서현 씨(10.1%)가 지분 100%를 소유중이다.

한편 올 초 홍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되면서 남양유업 오너일가의 기업 대물림 작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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