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가계부채 증가세 가팔라…1년새 빚부담 41.9% 늘어
20대 대부업 이용자 26만명, 대부분 25% 이상 고금리 물어
파산 감소 추세 속 20대만 증가…"청년지원 대책 강화해야"

▲ 극심한 취업난 속에 학자금이나 생계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금리 상승기에 20대 차주의 급격한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불법 대출광고 전단지 모습. 사진=대부금융협회 제공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20대 청년들의 금융권 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학자금이나 생계자금 마련을 위해 빚을 낸 10~20대 대출금은 1년 새 절반 가까이 급증했고, 연 30% 안팎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청년들도 빠르게 늘고 있다. 미미한 소득에 빚을 상환할 능력이 부족한 청년층 대부분이 대출금리 상승 등의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데다 채무불이행의 늪에 한번 빠질 경우 '빚수렁'에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선제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통계청·한국은행·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부채는 7022만원으로 1년 전(6719만원)보다 4.5% 늘었다. 구체적으로 722만원 중 금융부채가 4998만원, 임대보증금이 2024만원을 차지했다.

가계빚 증가세는 청년층이 가장 가팔랐다. 10~20대 평균 부채는 2385만원으로 40대(8533만원), 50대(8524만원), 30대(6872만원), 60세 이상(5165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전년대비 증가율은 41.9%로 가장 높았다. 30대 부채 증가율은 16.1%, 40대 이상은 1.8∼5.1% 수준이었다.

반면 이들 청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10~20대 가구주의 경상소득은 3279만원으로 1년 전보다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30대는 4.5%, 50대는 4.3%, 40대는 3.6%로 집계됐다. 특히 청년 가구주의 세금, 사회보험료를 제외하고 실제 쓸 수 있는 처분가능소득은 2814만원으로 전년보다 0.3% 감소했다.

낮은 신용등급과 소득수준 탓에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대학생이나 미취업 청년들은 생활비, 등록금 등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대출금리를 감수해야 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무직자는 총 2만736명(대출금 788억6300만원)으로 20대(1만1262명)가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30대(4101명), 40대(3261명), 50대(1679명) 등의 순이었다. 대출액도 20대가 506억1600만원으로 전체(788억원) 64%에 달했다.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상위 20개 대부업체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전체 차주 192만9900명 중 20대 차주는 26만2508명으로 13.6%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출 잔액은 전체 8조9198억원 중 9396억원으로 10.5% 수준이다.

이들은 대부분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렸다. 20대 차주 26만2508명 가운데 70.0%인 18만3865명이 연 25.0%~29.7%의 대출금리가 적용됐고, 23.7%인 6만2122명은 연 27.9%~34.9%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20대 차주의 93%가 연 25% 이상의 고금리 물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낮은 소득으로 상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청년층이 고금리의 저축은행·대부업체의 대출을 무분별하게 이용했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거나 대출금 상환을 위해 신규대출을 받는 일명 '돌려막기'을 위해 불법 사채시장으로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과도한 빚을 갚을 수 없어 법원에 개인파산 및 면책을 신청하는 20대 청년층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20대 파산 신청자는 총 743명으로 2013년(484명)에 비해 153.5% 증가했고, 남은 빚을 더는 갚지 않도록 해달라는 20대 면책 신청자도 730명을 기록해 2013년(628명)보다 116.2% 늘어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20대 청년들은 일정한 소득이 없고 신용도가 낮은 경우가 많아 목돈이 필요할 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리기 쉽다"며 "청년층이 연체·상환 불능은 물론 개인 파산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청년정책 금융지원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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