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中企가 만든 제품 해외 브랜드 달고 국내서 비싸게 팔려
의료기기로 묶여 성장에 제약…차세대 산업 도약위해 정부지원 필요

▲뷰티 디바이스 업계에서 신화로 통하는 권오진 ㈜위드뷰티 대표가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본사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뷰티 디바이스 세계 1위인 일본 파나소닉을 뛰어넘겠습니다. 전 세계 제품 생산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도맡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산업 클러스터 지원이나 제대로 된 민간 협회 하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의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권오진 ㈜위드뷰티(WITH BEAUTY) 대표의 일침이다. 위드뷰티는 지난해 5월 창업해 이제 8개월이 갓 지난 신생기업이지만 현재 글로벌 기업과 홈쇼핑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여심(女心)을 사로잡은 감각적인 디자인과 실용성이 강조된 최첨단 기능이 이 회사의 강점이다.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홈케어 수요의 증가로 최근 폭발적인 신장세를 거듭하면서 세계경제에서 새로운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뷰티 디바이스 시장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전체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OEM‧ODM부문에서의 한국산 비중은 60~70%에 달한다. 우리기업이 만든 제품들이 해외 브랜드를 달고 국내에서 다시 비싸게 팔리는 셈이다.

권 대표는 뷰티 디바이스를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뷰티 디바이스는 의료기기와 공산품의 중간영역에 있는데 의료기기로 보는 현 제도 아래선 산업이 클 수가 없다”며 “그동안 식약처가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아직 달라진 것은 없고 관련 법안도 10여년째 국회에서 계류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뷰티 디바이스는 현 정부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4차산업과 가장 밀접한 산업”라며 “특히 스마트폰과 결합하면 업데이트를 통해 매일 새 기계를 쓰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축적된 빅데이터 활용으로 다른 산업 파급 효과도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수출과 일자리 창출 효과는 기본이다.

권 대표는 뷰티 디바이스 업계에서 신화로 통한다. 그는 시제품이 없어 피부미용기기 사진 하나 달랑 들고 국내외 굵직굵직한 대형 화장품 회사를 찾아가 계약을 성공시켰고, 납기를 맞추려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공장을 지켰다. 회사에서 영업비를 주지 않아 자비로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고 발품을 팔았다. 특히 누구보다 소비자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오늘날 그의 탁월한 사업 선구안과 마케팅 능력도 영업-생산-소비자를 모두 아우르는 일선 현장에서 오랫동안 흘려온 땀방울의 결실이다.

권 대표는 지난해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갑자기 찾아온 건강 악화가 계기가 됐다. 과로로 쓰러졌고 반신마비가 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해외 출장 강행군을 펼치며 몸을 혹사한 대가였다. 하지만 그는 누워서도 회사일을 걱정했다. 당시 뉴욕면세점 계약을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다시는 못 걷는다는 의사의 경고에도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섰다. 불굴의 의지로 재활치료를 시작한지 3개월만에 다리와 손이 움직였다.

기적이 일어났지만 회사의 판단은 달랐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오너일가가 회사 임원으로 왔고 결국 해고 통지를 받았다. 권 대표는 가진 돈을 탈탈 털고 카드대출까지 받아 회사 설립 자금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위드뷰티를 창업했다.

권 대표는 차별화된 제품기획력과 디자인을 위드뷰티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위드뷰티 제품들이 최첨단 기능을 갖추면서도 편리성과 멋스러움에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이런 장인정신에서 비롯됐다. 불량률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아쿠아클린, 화장품 냉장고, 3Head 브러시 등 9개 제품이 개발됐거나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권 대표는 “위드뷰티의 목표는 ‘메이드 인 코리아’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국내 뷰티 디바이스 업계의 이정표가 되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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