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귀국후 여는 북 콘서트 뜨거운 관심…지방선거후 '역할' 맡을 듯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인 양정철 전 청와대홍보기획비서관이 17일 귀국한다. 지난해 5월 16일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시지를 남기고 문 대통령 곁을 스스로 떠난 지 8개월만이다. ‘언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이 있는 자신의 책 출판행사(북 토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언어’가 정치, 민주주의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세상을 바꾸는 데 어떤 기여를 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귀국 소식이 알려지자 여의도와 삼청동 주변이 드러나지 않게 술렁거리고 있다. 긴장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의 ‘파워’가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완전한 귀국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연합뉴스’에선 “더 모질게 권력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밝혔고, ‘한겨레신문’에선 “당분간은 정처 없는 유랑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 일반 국민들은 그가 왜 문 대통령 곁을 떠났는지 잘 알지 못한다. 정치권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날의 칼 혹은 양면성이 있다고 본다. 만일 내가 옆에 있다면 대통령이 좀 편하시거나 덜 외로울 수는 있겠지.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렇게 되면 시스템을 깰 수가 있다.” 문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자신이 “비록 덜 중요하고 덜 높은 자리를 맡아도 결국은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는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문 대통령이 정부와 청와대의 3~4개의 자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대통령께 부담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간곡하게 사양했다”고 설명했다.

양 전 비서관은 평소 애독하던 ‘도덕경’ 제2장의 “공성이불거 부유불거 시이불거(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弗去 ‧공이 이루어져도 그 이룬 공 위에 자리 잡지 않는다. 오로지 그 공 위에 자리 잡지 않기 때문에 버림받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실천한 것이었을까.

아무튼 양 전비서관의 이런 처신은 중국 한(漢)나라 초 장량(張良)의 처신을 연상시킨다. 장량은 유방(劉邦‧한고조)의 ‘복심’이자 그를 도와 한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이다. 장량은 중국 전국시대 한(韓)나라 재상가의 후손으로 자신의 조국을 멸망시킨 진시황(秦始皇)을 박망파에서 저격하다가 실패한 뒤 피신해 도망을 다니던 중, 이교(圯橋)에서 황석공(黃石公)을 만나 ‘소서(素書)’라는 일종의 전략서적을 전수받았다. ‘소서’는 한 구절만 체득해도 일국의 제후가 될 수 있다는 ‘처세의 달학(達學)’으로 제갈량(諸葛亮)의 ‘심서(心書)’와 쌍벽을 이룬다. 장량은 밤낮으로 이 ‘소서’를 연구하고 활용해 유방이 항우(項羽)를 멸망시키고 한나라를 세우는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장량은 한나라 건국 직후 관직을 거부하고 산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다. 그 때 장량이 참고했던 구절이 ‘소서’의 “절기금욕 소이제루(絶嗜禁慾 所以除累‧즐기는 것을 끊고 욕심을 금하는 것은 누(짐 근심)가 되는 것을 제거하려는 것)”라는 대목이다. 그는 “세치의 혀로 황제의 군사(軍師)가 돼 식읍이 만호에 이르고 지위가 제후의 반열에 이르렀으니, 이는 평민으로서는 최고의 지위로 만족스럽다”며 유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인간세상의 일을 버리고 적송자(赤松子)를 따라 신선이 됐다고 한다.

그동안 정치권과 일부 언론에선 양 전비서관에 대해 문 대통령의 ‘복심’, ‘핵심측근’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비서’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는 30대 초중반 전문기자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이 아니다. 한겨레신문 인터뷰에서 보듯이 그의 ‘내공’이 간단치 않다. 이춘발 전 KBS이사는 “양비(양 비서관)는 문고리가 아니다. 단단하게 갖춰진 안팎의 실력과 네트워크를 겸비한 보기 드문 전략가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의 가방이나 들고 전화를 대신 받는 ‘비서’가 아니라 장량처럼 인재를 영입하고 선거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선거설계자이자 정무감각이 뛰어난 전략가라는 것이다.

미국 동부에 거주하고 있는 한 재미교포는 양 전 비서관의 최근 언론인터뷰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대선이후 교포사회에선 양정철이 화제의 인물이 됐다. 홀연히 떠난 그의 거취와 인터뷰 내용을 접하고 저런 참모가 문 대통령 주변에 있었는가라는 놀라움과 찬사가 이어졌다.”    

심지어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옆에 왕후닝(王扈寧)이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 옆에는 양정철이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양 전비서관도 왕후닝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처럼 다독(多讀) 다사(多思)에 출주한 문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태공-장량-제갈량으로 이어진 중국 책사계보를 잇고 있는 왕후닝의 ‘정치적 인생’이란 책이 중국을 흔들었는데, 양 전비서관의 ‘언어’ 커뮤니케이션 책이 그런 돌풍을 일으킬지는 주목된다.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경청의 힘이 돋보이는 문 대통령에겐 ‘혼’이 상징적인 양 전 비서관이 꼭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차분하고 이지적이며 인간적인 문 대통령에겐 열정적인 양 전 비서관이 ‘보완재의 역할’이 적임이라는 얘기다.   

양 전비서관은 장량처럼 완전히 숨어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분간 유랑’이 끝나면 서울에 머물면서 가끔 외국을 방문해 견문을 넓히는 일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6월 지방선거 전후로 어디엔가 ‘정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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