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9000억원까지 제시할 듯…산업은행 최소 매각가에 못미쳐
미래에셋대우 호반건설 내세워 우회적으로 참여한다는 설도

[중소기업신문=이기영 기자]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이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산업은행과 매각주관, 그리고 매수희망자들 간의 물밑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11일 IB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에 오는 19일 본입찰에서 1조8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까지도 쓸 용의가 있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호반건설의 매수희망가는 1조4000억원 이내로 알졌지만 지난달 경영자설명회에 참석한 호반건설산업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매수가를 정한 적이 없고, 정확한 가치산정과 함께 가격을 정하기 위해 현재 실사를 하고 있으며 경영자 설명회에도 참여한 것”이면서 “언론에 흘러나오고 있는 호반의 입찰가는 모두 틀린 수치다”고 밝혀 입찰가 상향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최소 매각가를 2조원 이상으로 제시한 산은의 입장이 변하지 않고 있어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소 매각가는 M&A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유찰되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1조8000억원을 써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 뒤 최종 실사를 통해 대우건설의 추가부실을 찾아내 최종 매수금액을 최대한 깎을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본입찰 가격에서 최종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금액의 폭이 입찰가격의 ±5% 구간에서 정해진다. 그렇지만 산업은행의 제시한 가격에 미치지 못해 호반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B업계에서는 현재 대우건설 매각 유찰 분위기가 커지면서 매가주관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대우의 역할에 대해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래에셋대우의 박현주 회장이 그리는 큰 그림 속에 금융을 바탕으로 하는 개발사업 중심의 건설업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글로벌건설사인 대우건설은 박 회장의 입맛에 딱 맞는 매물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규정에 따라 금융기업의 비금융자산 취득에 따른 제재가 많아 직접 참여하기는 어려워 호반건설을 전략적 투자자로 내세우고 우회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고향이 같은 김상열 회장과 박현주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특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유력후보로 호반건설이 거론되면서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동요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대우건설 블라인드 게시판에 “호반건설이 이미 대우건설 인수 후 구조조정과 함께 임금삭감 계획까지 세웠으며 전직 대우건설 임원들이 유력 인수후보인 호반건설에 줄을 서고 있다”는 내용이 올라와 있다. 현재 대우건설과 호반건설 간 연봉 차이는 약 30%로 알려지고 있다. 상무보 기준으로 호반건설이 1억원이 안팎인데 대우건설은 1억4000만~1억5000만원선이다.

금호산업이 2007년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대우건설과 금호산업 연봉 차이가 30% 이상 났다.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 연봉 삭감을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고민 끝에 결국 다음해에 금호산업 임직원 연봉을 15% 일괄 인상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에 투입한 혈세가 3조2000억원이라 어떠한 가격에 팔아도 산은의 책임론과 매수자 특혜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래도 팔아야 한다면 음성적으로 거래하지 말고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과 매각절차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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