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과 을의 전쟁' 안되게 정부 후속 대책 마련해야

최저임금 정책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올해 16.4%나 대폭 인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이 7.4%임을 감안하면 2배가 넘는 파격적인 인상폭이다. 물가상승률(약 2%)과 비교하면 8배가 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소득주도 성장’에 근거를 두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 수준에 걸려있는 약 300만명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증가는 물론이고, 바로 위 소득 계층의 임금 상승효과도 발생한다. 이를 통해 내수활성화와 경제성장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을 보장하고, 노동자 간 임금 격차를 줄여 심각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가 진작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너무 빠르게 인상될 경우 초래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시장경제체제에서 각 경제주체는 보이지 않는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급격한 변화를 싫어한다. 시장은 한번 균형을 잃어버리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한계 상황에 처한 계층이 무너지는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68.2%가 몰려있는 10인 미만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상공인 등 자영업자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취약 계층에 속하기 때문에 자칫 ‘을과 을의 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 벌써 영세 중소기업이나 편의점, 음식점 및 경비, 청소업체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을 기대하기는커녕 근로 시간의 단축으로 오히려 수입이 줄거나 해고의 위험에 처해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저임금의 목적은 임금격차를 줄이고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든다면 최저임금의 취지는 퇴색하고 만다. 그렇다고 일자리를 줄인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해고한 노동자의 빈자리를 본인 또는 가족의 노동력으로 메워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아무도 승자는 되지 않은 채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앞으로 3년간 계속해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상승한다는데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0년 최저시급 1만원을 목표로 올해부터 매년 약 16%씩 인상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시급 1만원의 근거는 선거 공약에 따른 정치적인 판단이다. 물론 공약을 이행한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어느 정도 되지만, 경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시행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으로 이미 한계 상황에 처한 계층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이 점을 감안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후속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추후 인상폭은 정책적으로 더 많은 고민을 해서 내 놓아야 한다. 정치권력은 임기가 있지만 경제는 임기가 없이 연속성을 가진다. 경제를 정치적인 임기에 맞출 생각은 하지 말자.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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