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만 늘리는 자영업자…지난해 은행대출 27.8조원↑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지고 기존 대출이자 부담은 급증
최저임금 인상도 '발등의 불'…자영업계 위기감 커져

▲ 자영업자들이 내수부진·과당경쟁에 따른 매출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대출금리 인상 직격탄까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충무로 먹거리골목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최저임금 인상과 대출금리 상승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불황 속에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매출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불어나는 대출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생존을 위해 빚을 늘려온 영세자영업자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자영업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모습이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81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조1000억원 늘었다. 대기업대출이 3조5000억원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41조6000억원 증가했다. 이중 개인사업자대출이 27조8000억원 늘어 기업대출 증가액의 73%를 자영업자들이 밀어 올렸다.

은행권의 자영업자대출 규모는 매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014년 12월 말 506조9000억원, 2015년 12월 말 559조6000억원, 2016년 12월 말 590조2000억원, 지난해 12월 말 631조8000억원 등으로 매년 40조원 가량 늘었다.

지난달의 경우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은 781조4000억원으로 한 달새 7조4000억원이 줄었지만, 개인사업자대출(288조8000억원)만 유일하게 1조5000억원 확대됐다. 기업들이 연말을 맞아 부채비율 관리 등을 위해 은행 대출을 서둘러 상환하고 있는데 반해, 자영업자들만 계속해서 빚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자영업자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 모두 개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가 상환해야 할 빚이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빌린 가계대출에 더해 창업을 위해 받은 대출까지 짊어진 상황에서 매출 하락과 대출금리 상승은 자영업자들의 급격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이 자영업 폐업률을 모형화해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는 7∼10.6%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가 10.6%에 달했다. 영세자영업자들이 집중된 치킨집과 소규모 식당 등이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은행 중소기업대출 금리는 연 3.78%로 전월대비 0.11%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대기업대출 금리 증가폭(0.02%)과 비교해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금리의 경우 2016년 9월 말 7.39%에서 지난해 9월 말 7.56%로 0.17%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오는 3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자영업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출 신청액이 1억원을 넘으면 소득(영업이익) 수준에 맞는지 금융회사가 꼼꼼히 따져보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영세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급격히 늘어난 인건비 부담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며 "과당경쟁 속에 대출금리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대출 받기는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