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회장 200억원대 횡령 의혹에도 불구속 기소…'무관용 원칙' 무너지나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들불처럼 일어났던 촛불 민심은 사리사욕을 위해 국가를 좀먹어왔던 적폐청산과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재벌들에 대한 개혁을 외쳤다. 촛불 민심 위에 세워진 현 정부 역시 이를 약속하고 무관용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최근 비리 의혹을 받는 재벌 총수들이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풀려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가맹점주를 상대로 제왕적 '갑질'을 일삼고 수십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 받고 풀려났다. 횡령배임 혐의와 이른바 '치즈 통행세' 부당지원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프랜차이즈 탈퇴 가맹점주들에 대한 ‘보복출점’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횡령과 배임 피해액이 크지만 상당 부분이 회복됐고 6개월간의 구금으로 범행을 반성할 기회를 가졌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정 전 회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에 징역 3년, 횡령 배임 혐의에 징역 6년 등 총 9년을 구형했다. 정 전 회장에 대한 엄벌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관행을 뿌리뽑는 일벌백계로 삼아야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총수일가에 대한 ‘공짜 급여’, 일감몰아주기 등 경영비리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지만 직접적인 이익이 없었고, 피해규모를 줄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정상 참작했다는 것이 선고 취지다.

검찰은 신 회장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해 징역 10년에 벌금 1000억원을 선고했다. 애초 검찰은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되면서 신 회장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를두고 ‘유전무죄’라는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신 회장은 롯데 면세점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결론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관련 검찰은 징역 4년, 추징금 70억을 구형했다.

200억원대 형령배임 혐의에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검찰은 지난 23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사진)에 대해 횡령,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개인회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에 유상감자와 자사주 매입을 하도록 해 179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개인 자금으로 구매한 미술품 38점을 효성의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해 12억원의 차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여배우 등을 허위 채용해 약 3억7000만원의 급여를 허위 지급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통행세’를 통한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 회사 임원들을 기소했지만 조 회장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조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은 가장 액수가 큰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관련 혐의가 사실상 조 회장의 개인회사에서 손해가 발생한 이른바 '셀프 배임'이라는 판단에서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혐의 규모가 200억원대에 달하는 사건에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비리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관용없는 처벌을 약속한 현 정부의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더욱이 그는 횡렴 범죄로 앞서 2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회장의 변호인단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이 포함돼 있다.

조 회장과 효성그룹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효성 측은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기소를 강행한 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면서 "이번 수사는 조현문 변호사가 사익을 위해 가족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검찰의 수사권을 압박하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향후 법정 투쟁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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