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감 규제 기준 지분율 30%→20% 추진…208개에서 231곳으로 늘어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정부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대주주 상장사 지분요건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기로 하면서 재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일감몰아주기는 오너일가가 적은 돈으로 회사를 설립해 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성장하고 이를 다시 승계 재원으로 활용하는 재벌가의 대표적인 사익편취 행위로 꼽힌다. 그동안 규제 기준 보다 지분을 소폭 낮추거나 합병을 통해 내부거래율을 낮추는 꼼수로 규제를 피해가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7일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57곳의 1802개 계열사의 오너 일가 지분율을 조사한 결과 현행 일감 몰아주기 규제 기준에 해당하는 기업이 203개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상장 계열사의 경우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이다.

20%로 규제 기준을 낮출 경우 대상 기업은 총 231곳으로 늘어난다. 5대 그룹에서는 삼성생명(삼성그룹)과 현대글로비스·이노션(현대차그룹), SK D&D(SK그룹) 등이 추가되고, LG그룹과 롯데그룹은 지금과 같이 각각 2개와 5개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GS건설(GS그룹), 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이마트(신세계그룹), 한진칼(한진그룹), LS·예스코(LS그룹), 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그룹) 등도 새로 규제 대상이 된다.

주요 그룹사에서 모두 28개의 계열사가 새로 규제 대상에 추가되는 셈이다.

새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기업들중에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82%인 삼성생명처럼 각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거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많다는 점에서 재벌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애초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이 시행되면서 기준인 30% 보다 소폭 지분율을 낮춰 규제를 피해간 기업들 역시 다시 한번 규제 대상에 오르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지분율 기준 강화와 더불어 총수일가 지분 계산도 현행 직접 소유주식 계산 방식에서 계열사를 통한 간접 소유주식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이달부터 지주사 수익구조에 대한 실태조사를 본격화한다. 지주사는 주된 수익이 계열사 배당금이어야 하는데 현재 브랜드로열티와 컨설팅에 너무 치우쳤다는 지적이 지속돼왔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오너일가를 위해 일감몰아주기에 동원된 기업은 기회비용 상실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들의 진입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폐단을 야기한다”며 “더이상 꼼수로 규제를 피해가려하지 말고 세금 제대로 내는 떳떳한 승계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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