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자영업자대출 290조원…한달새 1.5조원↑
금리도 오름세…영세자영업자 대출부실 우려 커져

▲ 은행과 비은행권 등 전 금융업권의 자영업자대출 규모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하면서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신용위기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번화가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숨은 뇌관으로 꼽히는 자영업자대출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은행 개인사업자(자영업자)대출 규모는 올해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290조원을 넘어섰고, 경기불황과 소득정체 등으로 경영난이 가중되는 자영업계의 신용위기 우려감이 커지면서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시중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영세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88조6000억원으로 한달 새 7조2000원이 늘었다. 항목별로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이 각각 3조6000억원씩 증가했고, 중소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90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액은 27조8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의 73%에 달했다. 지난해 대출 증가폭도 2016년(21조9000억원)보다 6조원 가량 확대됐다.

이처럼 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부동산·임대업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2016~2017년 부동산임대업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부동산임대업 위주로 자영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고, 8.2 부동산 대책 등으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 수요가 자영업자대출로 이동한 영향도 있다.

게다가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자영업자대출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비은행권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60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2.3% 늘었다. 이는 법인기업 대출(17.2%)과 가계대출(7.6%)과 비교해 2.5∼5.6배 가량 빠른 속도다.

대출금리도 꾸준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0.1%포인트 상승한 3.64%를 기록, 2015년 5월 3.71% 이후 가장 높았다. 대기업대출(3.28%)이 0.15%포인트 상승했고, 개인사업자대출을 포함한 중소기업대출은 0.08%포인트 오른 3.86%로 집계됐다.

중소기업대출에서 변동금리 계약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만큼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파가 커질 수 있다. 앞서 한은이 자영업 폐업률을 모형화해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폐업위험도는 7∼10% 가량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미국이 시장의 예상대로 다음달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지난해부터 강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는 대출금리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수밖에 없어 영세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한 대출 부실이 가계부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 시행, 최저금리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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