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왕이 난다’는 발왕산 올림픽 스타디움에 세계 각국 정상들 모여
문재인 대통령, 평창올림픽 지렛대 삼아 외교 지평 크게 넓혔다는 평가

지난 2월 9일 대한민국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제23회 동계올릭픽경기대회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평창올림픽이 스포츠 제전을 넘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모멘텀(Momentum)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는 세계 92개국에서 2920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대한민국은 15개 전 종목에 선수 145명과 임원 75명 등 총 220명이 참가했다. 반면 북한은 피겨스케이팅을 포함한 5개 종목에서 선수 22명, 임원 24명 등 총 46명을 파견했다. 남북은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시켰다. 남북 선수단은 개막식에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했다.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다.

개막식과 폐막식이 개최되는 올림픽 스타디움(Olympic Stadium)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로 200의 고원훈련장에 있다. 해발 700m의 높이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은 동쪽으로 고루포기산(1238.8m), 서쪽으로 용산(1027.8m), 남쪽으로 발왕산(1458.1m), 북쪽으로 황병산(1408.1m)에 둘러싸인 명당이다.

특히 올림픽 스타디움은 가장 높은 발왕산의 정기를 받고 있다. 발왕산은 한자로 ‘發旺山’이다. 원래는 ‘왕이 나온다’는 뜻의 ‘發王山’이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임금 ‘왕(王)’자 대신 왕성할 ‘왕(旺)’자를 붙였다고 한다. 일제가 한반도에서 ‘왕’이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비열한 술책’이라고 한다.

옛날 어느 스님이 “이 산에 팔왕(八王)의 묘 자리가 있다”고 해서 ‘팔왕산’으로 불리다가 ‘발왕산’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시대 초기 정도전(鄭道傳)은 이곳을 지나면서 “문 앞의 땅이 좁아 수레 두 채를 용납할 만하고 하늘이 낮아 재위는 겨우 석자 높이”라고 평가한 바 있으나, 이는 8명의 왕이 태어나는 ‘팔왕지지(八王之地)’를 감추기 위한 레토릭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개최되면서 ‘팔왕지지’라는 말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8명의 왕’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8명의 왕이 태어나는 곳’이 ‘8명의 왕이 나타난 곳’으로 바뀐 것이다. 물론 여기서 ‘팔왕’은 ‘8명의 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많은 왕’이란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8왕이 나타난다’는 것은 ‘세계의 많은 정상들이 참석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8명의 외국 대통령이 참석함으로써 “8왕이 나타났다”라고 굳이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그 ‘팔왕(八王)’은 누구인가.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선 왕이 없다. 대신 국가원수로 대통령이 있다.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제외하고, 이번 평창올림픽에 나타난 세계 대통령으로는 프랑크발터 슈타인 마이어 독일 대통령 알랭 베스세 스위스 대통령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에스토니아 대통령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 보루트 파호르 슬로베니아 대통령 등 8명이다.

총리로는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네덜란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유하 시필라 필란드 총리 등이 참석했고, 정상급 대우를 받은 인사로는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 한정(韓正) 중국 정치국상무위원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 줄리 파이예프 캐나다 총독 등이 참석했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 앙리 룩셈부르크 대공 프레데릭 덴마크 왕세자 알베르 2세 모나코 대공 등도 개막식을 빛냈다.

문 대통령은 세계 21개국 26명의 정상급 외빈들을 만나 오찬 만찬 접견을 갖고 대화를 나눴다. ‘올림픽 다자외교’를 통해 미 중 일 러 등 ‘4강 편중외교’를 넘어선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지렛대로 삼아 외교의 지평을 크게 넓힌 셈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강조했음은 물론이다.  

 또한 올림픽 스타디움은 번영의 출발점이다. 황병산에서 흘러온 물, 소황병산에서 흘러온 물, 대관령에서 흘러온 물이 올림픽 스타디움 앞에서 ‘삼합(三合)’을 이뤄 송천(松川)을 형성한다. 송천은 용평리조트를 지나 ‘정선아리랑’의 발상지 아우라지에 도달해 동쪽에서 흘러온 임계천(臨溪川)과 합쳐져 조양강(朝暘江)을 이룬다. 조양강은 정선읍 가수리에서 지장천(地藏川)을 만나 동강(東江)을 이루고, 동강은 영월읍 하송리에서 서강(西江)을 만나 남한강 상류로 흘러든다. 남한강은 마지막으로 양평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漢江)을 이룬다. 올림픽 스타디움 앞의 ‘삼합’ 지역이 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셈이다.

요순시대 이후 우(禹)가 세운 왕조인 중국의 하(夏)나라는 ‘물’을 숭배했다. 황하(黃河)의 홍수를 다스리는 데 헌신적으로 노력해 그 공으로 순(舜)이 죽은 뒤 제후의 추대를 받아 왕이 됐고, 물이 생명의 근원이자 풍요를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노자(老子)는 이 시대를 매우 동경했다. 그래서 물을 매우 중요시 여겼다. “가장 훌륭한 선(덕)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그의 명언이 이를 말해준다.

동양에선 ‘물’은 ‘재물’을 상징한다. 그래서 풍수지리에선 ‘합수’지역이나 ‘입수(入水)’지역을 중요시한다. 서울 잠실 올림픽 스타디움도 합수지역이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을 ‘합수(삼합)’지역에 건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평창올림픽에 14조원이 들어갔으며, 앞으로 관광 등의 수입은 이를 상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림픽 스타디움 앞의 ‘송천’부터 ‘조양강→동강→남한강→한강’까지의 기나긴 강물이 ‘대한민국 번영의 물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올림픽으로 한국경제가 일어섰듯이 평창올림픽이 다시 한 번 한국경제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평창(平昌)의 ‘평(平)’은 ‘평화(平和)’이며, ‘창(昌)’은 ‘창성(昌盛)’이다. 그리고 창성은 번영이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은 ‘평화올림픽’이자 ‘창성올림픽’이다. 평창올림픽 슬로건 ‘하나 된 열정(Passion, Connected)’이나 개막식의 핵심 메시지인 ‘행동하는 평화(Peace in motion)’도 같은 맥락이다.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출발점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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