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수익 안 나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한국이 다음 순서
군산, 스페인 프블레노우처럼 스마트시티로 지정·육성 타당

한국GM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군산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해 우려했던 GM의 한국 철수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GM측은 "지난 3년간 군산 공장의 가동률이 20%에 불과해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나아가 GM 미국 본사는 군산 공장 폐쇄에 그치지 않고 부평, 창원 등 다른 공장도 폐쇄를 거론하며 우리 정부에 자금 지원과 세금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GM이 한국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는 진정성을 보여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해당사자들은 이번 GM사태의 원인을 두고서도 서로를 탓하며 다소 감정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GM은 우리나라의 높은 임금수준 등 고비용 구조가 문제의 원인이라 지적하고, 노조와 정치권에서는 GM 본사가 한국GM을 상대로 투자는 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만 가져가는 등 경영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런데 양측의 주장은 핵심에서 벗어난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현재 GM의 내부 사정과 글로벌 전략을 이해해야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있다.

2008년 미국 내 금융위기 때 GM은 심각한 재정 부족으로 인해 파산에 직면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7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털어냈으며, 부실 자산 청산 과정에선 그보다 월등히 많은 약 30조원의 금액이 투입됐다. 미국 정부 자금이 투입돼 회생한 GM 본사는 미국의 이익과 본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전략을 수정했다.

GM은 지난 몇 년간 미국과 중국 등 실적이 좋은 거대 시장에 집중해 실적을 끌어 올리면서, 수익성이 낮은 시장에서는 공장 철수(호주·인도네시아·태국), 사업 철수(유럽 쉐보레, 인도), 사업 매각(유럽 오펠·복스홀, 남아공), 생산 중단(러시아)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산 공장의 폐쇄와 더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 예고는 GM의 글로벌 철수 전략의 일환으로 보아야 한다. 해외 언론들도 GM의 연내 한국 철수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GM의 글로벌 전략은 ‘수익구조를 낼 수 없으면 떠나는 것’이라며, 한국이 다음 순서가 될 것 같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GM의 경영 지속 가능성에 따라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호주 정부의 지원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호주GM(홀덴)이 정부의 지원 중단과 동시에 바로 폐쇄된 예를 우리 정부는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의 당면 과제는 일자리를 볼모로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GM과 협상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산소 가동 중단에 이어 GM 군산공장마저 폐쇄되어 공황 상태에 빠진 군산 시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 더 급하다.
 
군산을 스마트시티 시범 지역으로 지정해 첨단 도시로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군산과 같이 주력 산업이 빠져 나가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지역은 활용 가능한 생산 인프라가 풍부하다. 따라서 이들 지역은 친환경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통한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기에 적합하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버려진 공업지대였던 프블레노우 지역을 친환경 스마트시티로 탈바꿈시켜 8200여개의 첨단기업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유지에 현혹되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GM의 지원 방안만 논의하지 말고, 활기를 잃어가는 군산 지역경제에 새바람을 불어 넣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발 빠르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본사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다국적기업 GM은 없어도 되지만, 군산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GM보다 군산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하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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