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융당국, 자영업자대출 리스크·총량 관리에 고삐
3월부터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대출문턱 높아져
매출부진·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자영업계 위기감 고조

▲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3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는 등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금리부담마저 커지면서 자영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갈수록 높아져 가는 대출문턱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출 부진에 허덕이는 영세자영업자의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들은 지난해 말부터 자체적인 여신심사를 강화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그간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던 자영업자대출에 대한 총량 관리 및 모니터링 강화 등 대출 옥죄기에 돌입했다. 게다가 다음달부터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되면 자영업자에 대한 은행 등 금융기관의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자영업자들의 돈 구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20일 금융당국의 '2018년 금융감독 업무계획'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된다. 표현은 '가이드라인'이지만,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에 제시한 만큼 사실상 강행 규정의 성격을 띤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사는 자영업자가 1억원 초과 대출을 신청할 경우 해당 차주의 대출액과 영업이익을 비교한 소득대비대출비율(LTI)을 산출하고 여신심사의 참고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LTI는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포괄하며, 소득은 해당 자영업의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삼는다.

대출 신청액이 1억원을 넘으면 소득(영업이익) 수준에 맞는지 금융사가 따져보고 돈을 빌려준다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자영업자의 대출 문턱이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영업자대출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290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년간 증가액은 28조원에 달했고, 3년 만에 79조9000억원(38.0%)이 확대됐다.

자영업자대출이 매년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고,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자영업자들이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만큼 개인사업자대출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가계대출로 위험이 번질 가능성이 높고, 금리 상승의 충격에도 취약할 있다. 최근 발표된 한은 보고서를 보면 가산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부도확률이 비(非)자영업(순수 가계) 대출자보다 3∼4배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가 위험수위에 다다른 자영업자 부채 규모를 안정시키기 위해 대출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경영난에 허덕이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금융사들의 자영업자에 대한 여신심사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사업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영업자 중 75%에 달하는 영세자영업자는 소득과 자산이 동시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구 중 금융부채가 있는 경우 가구당 평균 자산이 지난해 4억2900만원으로 전년보다 7000만원 줄었고, 가처분소득도 4100만원으로 200만원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폐업을 하지 않고 버티는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빚을 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금리 부담마저 커지면 영세자영업자들은 더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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