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열사 사업 위기땐 동반부실화 우려…정부 철저한 관리감독 나서야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지난해 30대 그룹의 해외 계열사 채무보증액이 국내 계열사의 16배에 이른다는 집계 결과가 나왔다. 이중 효성그룹은 유일하게 계열사 채무보증액이 자기자본 대비 50%를 넘어 1위를 기록했다. 계열사의 사업이 위기를 겪을 경우 보증을 서준 우량한 모기업이나 다른 계열사 등 그룹 전체가 동반부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30대 그룹의 국내외 계열사·종속기업에 대한 채무보증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말 기준 62조5923억원에 달했다. 이는 30대 그룹의 자기자본 합계 1055조3630억원의 6.3%에 해당한다.

계열사 보증은 주로 해외계열사에 쏠려있었다. 30대 그룹의 해외계열사에 대한 보증은 전체의 94.1%인 58억9304억원으로, 국내 계열사 보증액(3조6619억원)의 16배를 넘었다.

최근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의혹으로 수사대상에 오른 효성그룹이 계열사 채무보증 1위를 차지했다. 효성은 자기자본 5조1900억원 가운데 채무보증액이 2조6985억원(52%)로 집계돼 30대 그룹 중 유일하게 50%를 넘었다. 해외계열사에 대한 보증이 2조4301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글로벌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이 본사 보증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것이 효성 측의 설명이다.

CJ그룹이 자기자본 대비 해외계열사 채무보증 비중이 28.0%로 2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OCI 21.0% ▲두산 18.5% ▲한진 15.1% ▲롯데 11.3% ▲LG 11.1% 등의 순이었다.

절대 금액으로는 삼성의 해외계열사 채무보증액이 14조4962억원으로 30대 그룹 전체 채무보증액의 24.6%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만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5.0%로 낮았다.

공정위는 대기업 그룹 계열사 간 채무보증으로 그룹과 금융기관 전체가 동반 부실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계열사에 대해 채무보증을 제한하고 있지만 외국법의 적용을 받는 해외계열사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하지만 해외 계열사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이 문제되면서 해외계열사의 현황 공시도 의무화하고 있다.

CEO스코어 측은 “해외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같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자본에 비해 지나치게 채무보증이 많은 기업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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