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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목숨 넘치는 제2금융권에 '장수 CEO' 는다
김정남·차남규·홍봉성 사장 등 잇따라 재신임
보험업계, 이철영·신창재 등 장수 CEO 많아
원기찬·유상호 사장도 카드·증권업계서 장수
2018년 03월 13일 (화) 13:58:13 이지하 기자 happyjh@smedaily.co.kr

   
▲ 보험·카드·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장수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연임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금융권에서 장수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 미만으로, 짧은 재임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하는 만큼 눈앞의 성과에 집착하거나 보여주기식의 이벤트 남발로 지속가능경영을 헤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보험·카드·증권사 등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기 내 경영을 잘하면 연임을 통해 장기경영이 가능하도록 기회를 주는 CEO평가시스템이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그동안 드물었던 '존경받는 장수' CEO가 늘어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은 오는 16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김 사장은 동부화재 시절인 2010년 5월에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2012년과 2015년에 걸쳐 두 차례 연임에 성공, 8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DB손보가 그동안 꾸준히 이익을 늘리고 시장점유율도 확대한 점이 이번 세 번째 연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도 보험업계의 장수 CEO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 현대해상 대표이사로 취임해 임기를 마치고 2010년 현대해상자동차 손해사정 이사회 의장직을 지내다 2013년에 현대해상 대표로 다시 복귀했다. 2016년 3월 보험업계 첫 세 번째 연임에 성공했으며, 올해로 8년 동안 현대해상 수장자리를 지키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 홍봉성 라이나생명 사장이 장수하고 있다. 대형생보사 중 유일한 오너 경영인인 신창재 회장은 2000년 이래 올해로 19년째 교보생명 수장을 맡고 있으며, 2011년 2월부터 한화생명을 이끌어온 차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한화그룹 사장단 인사 때 부회장으로 승진해 사실상 연임이 결정됐다. 홍 사장도 8년째 라이나생명을 이끌고 있다. 그의 임기는 1년 단위로, 2010년 말 처음 취임해 지난해 말 7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장수 CEO로 분류된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3년 1월 현대카드 부사장으로 취임한 후 그해 10월 사장으로 선임됐고, 올해로 16년 차 최장수 CEO가 됐다. 지난 2013년 12월 삼성카드 대표로 취임한 원 사장은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재선임돼 임기가 2020년 3월로 연장됐다. 

증권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는 11번째 연임을 앞두고 있는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다. 유 사장은 지난 7일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사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고, 오는 22일 열리는 주총에서 연임이 공식 확정된다. 이로써 유 사장은 2007년 사장에 취임한 이후 12년째 한국투자증권 CEO 타이틀을 달게 됐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과 나재철 대신증권 사장도 증권사 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0년째 교보증권 사장을 맡고 있는 김 사장은 최근 5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오는 22일 주총에서 대표이사(임기 2년)로 재선임될 예정이다. 나 사장은 1985년 입사해 지난 2012년 대신증권 대표로 취임했고, 올해 연임에 성공해 2020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끌게 됐다.

현재 주요 금융회사 수장의 평균 임기는 3년이 채 넘지 않는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간체이스, HSBC 등 대형 글로벌은행 CEO의 평균 재임기간이 6년인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금융권 CEO들의 임기는 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셈이다.

회사의 글로벌화 및 중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선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과감한 투자결정이 필수적이지만, 2~3년 단위로 사장이 바뀌는 현 상황에서는 이런 전략적 의사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단명하는 CEO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종합적인 안목을 갖고 경영계획을 짜기보다는 짦은 임기 안에 수치로 보여질 수 있는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CEO의 단기 재임 문제가 금융사나 업계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고, 정·관계의 외풍이나 관치금융 등이 CEO의 장기경영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존경받는 장수 CEO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되, 조직내 알력다툼이나 '셀프연임' 등 1인 권력의 장기집권에 따른 경영폐해를 사전 차단하는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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