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과반수 무너지면 안 돼…‘지방선거 현직 출마배제’ 고육지책

[중소기업신문=박지호 기자] 6·13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앞두고 ‘미투(MeToo 나도 당했다)운동’이 더불어민주당을 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높은 지지율에도 잇따른 ‘미투’폭로로 바람 앞의 촛불신세다. 지방선거는 물론 재보선까지도 낙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민주당은 지난 5일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심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즉각 출당과 제명을 결의했겠는가. 지난 14일에는 ‘불륜설’ 의혹에 휩싸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까지 충남지사 예비후보에서 물러나게 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고민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 10일 민병두 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비상이 걸렸다. 민 의원이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원직 사퇴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서가 4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어떻게 되는가. 민주당의 의석수는 121석에서 120석으로 줄어든다. 표면적으로는 1개 의석이 줄어들 뿐이지만, 그 파장은 크다. 6·13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범여권이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는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내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회의장과 국회 사무총장을 비롯해 상임위원장 확보에도 차질을 빚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다.

현재 범여권은 민주당 121석, 민주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친여 무소속 3석 1석 등 145석이다. 반면 범야권은 자유한국당 116석, 바른미래당 30석, 대한애국당 1석, 친야무소속 1석 등 148석이다. 그야말로 여소야대다. 민주당 입장에선 1석이 천금(千金)의 가치를 지닌다. 결국 민주당은 재보선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121석에서 1석이라도 줄어들지 않는 선거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지도부가 총출동해 만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재보선 선거전략은 지난 12일부터 바뀌었다. 현역 의원의 지방선거 출마를 자제토록 권유한 것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과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이 이날 부산시장 선거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장관은 “현직 장관이자 국회의원으로서 경제 살리기와 북핵 위기 해결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작은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출마를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부산의 정치권력 교체’라는 새 집을 짓는데 이제 저를 내려놓고, 한 장의 벽돌이 되어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유력한 전남지사 후보였던 이개호(담양·장성·영광·함평) 의원도 이날 “국정의 성공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불출마를 선언하고 “국정 주도권을 보수야당에게 넘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원내 과반수 확보를 통한 국정주도권 장악’을 위해 ‘지방선거 현직 출마배제’, 바로 이것이 민주당의 선거전략이다.

6·13 재보선 지역은 서울 노원구병과 송파구을, 부산 해운대구을, 광주 서구갑, 울산 북구, 충남 천안시갑, 전남 영암군무안군신안군 등 7개 지역이다. 민 의원이 의원직 사퇴가 확정되면 서울 동대문을 1개 지역이 추가돼 8개 지역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민 의원 의원직 사퇴서는 본회의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5일 현재 상황에선 일단 7개 지역에서 재보선이 치러진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7개 지역의 재보선에서 최소 6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놓여 있다. 현재 민주당 의석은 121석. 최소 6개 지역에서 의석을 확보해야 127석이 된다. 그래야 ‘민주당127석+평화민주당14석+정의당6석+민중당1석+친여무소속3석=151석’이란 범여권 우세(과반수)의 원내구도를 짤 수 있다. 2개 지역 이상에서 패배할 경우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선 현역 의원들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방선거 출마 예정인 서울 구로을의 박영선 의원과 서대문갑의 우상호 의원, 인천 남동갑의 박남춘 의원, 경기 안산상록갑의 전해철 의원, 충남 천안병의 양승조 의원, 경남 김해을의 김경수 의원 등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15일 “현역 유지가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라며 “당내 경선까지는 갈 수 있지만 험지의 경우 출마를 접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누가 출마해도 재보선에서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의 경우에만 의원직 사퇴가 가능하다’는 내부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다만 서울과 경기도의 경우 팽팽한 경선을 통해 흥행에 성공해야 본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의원직 사퇴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박남춘 양승조 김경수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7개 지역의 재보선 공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참신하고 중량감 있는 후보군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표심’을 점검하고 있다. ‘필승카드’를 공천하기 위해 새 인물 영입작업도 물밑에서 벌이고 있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민평당과 정의당이 연대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민주당에 선거연대를 제의할 경우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다시 바뀔 수 있다. 민주당은 재보선 7개 지역에서 승리해 7석을 확보해도 ‘121석+7=128석’에 머물러 과반수 확보는 어렵다. 민평당과 정의당의 손을 잡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선거연대가 성사될 경우 광주 서갑과 전남 영암무안신안 등 호남 2개 지역은 민평당, 울산북은 정의당에 양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충남 천안갑 등 4개 지역만 민주당 몫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정치는 고정불변하지 않다. ‘역(易)’이다. 수시로 ‘변화’한다.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 이상이다.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다. ‘주역’ 계사전의 이 말은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을 도라고 부른다’는 뜻이 아니다. ‘한 번 음(陰)했으면 반드시 한 번 양(陽)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도(道)라고 한다’는 뜻이다. 현실정치에 적용하면, 한 번 여당이 이기면 한 번 야당이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여소야대(與小野大)’에서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또 그 반대로 ‘변화’하는 게 ‘역(易)의 원리’다. 6·13지방선거와 재보선까지 몇 차례의 ‘변화’가 예상된다. ‘미투’는 하나의 ‘변화’에 불과하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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