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격차, 금융소득 증가 등으로 빈익빈 부익부 심화
헌법 개정안에 경제민주화·토지공개념 강화 방안 포함 긍정적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내놓은 경제 정책들은 ‘사람 중심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양극화 현상은 IMF 경제 위기 이후 심각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해소해야할 사회적인 문제이다.

최근 양극화 현상의 출발점이 되는 소득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 두 국책연구소에서 서로 상이한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의 배경과 총 생산성 및 임금 격차에 대한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는 "한국의 소득 불평등 심화는 기업 간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는 데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국내 기업 중 업종별 생산성 상위 5%를 ‘선도그룹(선도 기업)’, 나머지 95%를 ‘후행그룹(후행 기업)’으로 나누고, 제조업의 경우 2000~2015년 선도 기업의 생산성이 연평균 5.4% 늘어나는 동안 후행 기업은 연평균 3.7% 증가에 그쳤다고 말한다(서비스업은 선도 기업 5.1%, 후행 기업 2.4%). 기업 간 생산성 격차의 확대는 임금격차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계의 임금소득이 가계가 종사하는 기업의 생산성에 크게 의존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 간 생산성 격차 확대는 임금 격차를 확대시켜 소득 불평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에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월 발표한 ‘2016년까지의 소득분배 지표(노동리뷰 2018년 2월호)’는 “2010년대 이전까지는 임금 불평등이 최상위 1% 소득 비중의 증가를 주도했으나, 2010년 이후로는 금융소득(특히 배당)과 사업집중도의 영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상위 1% 집단이 총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7.8%에서 2016년 8.2%로 정체 상태이나, 사업소득 상위 1% 집단이 총 사업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0.0%에서 25.4%로 크게 늘었다. 또한 금융소득 0.1% 집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6%에서 26.4%로 늘어 금융소득의 소득집중도가 최근 크게 상승했다. 이는 소득 불평등의 원인이 ‘임금에 의한 소득의 차이’에서 ‘사업 및 금융을 통한 소득 격차’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연구기관이 소득 불평등의 원인을 다르게 발표했다고 해서 어느 한쪽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2000년 이후 우리 사회에서 급속하게 진행된 소득 불균형의 원인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선도 규제 개혁 및 부실기업 구조조정 등을 통해 선도 기업과 후행 기업의 생산성 격차를 줄여 나간다면 소득 불평등이 개선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우리 사회에서 고착·세습화 양상을 띠고 있는 양극화(소득 불평등) 현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OECD에서도 금융 부문의 확대 또는 금융심화는 소득분배에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고소득자의 경우 우수한 신용이력, 담보 등으로 인해 투자 사업을 위한 재원조달의 측면에서 저소득자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으며, 이는 투자 사업에 따른 소득발생과 연계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 보고서가 제시한 바와 같이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를 줄여 나가는 한편,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과 사회 통합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금융 및 부동산을 통한 과도한 소득 발생을 줄여나가는 것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오는 26일 대통령이 발의할 예정인 헌법 개정안에 경제민주화와 토지공개념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는 것은 소득 불평등, 빈곤의 대물림(혹은 부의 세습화)이라는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