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일감몰아주기 사례 많아 정부 감시 강화돼야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지난해 대기업 이사회를 통과한 안건 가운데 이른바 '내부거래'와 관련한 것이 전체의 1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직계열화 등 사업구조상 불가피한 안건도 많았지만 재벌가의 대표적인 사익편취행위로 통하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제기된 내용도 적지 않아 관련당국의 감시가 더욱 강화돼야한다는 지적이다.

28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인 57개 대기업집단 소속 243개 상장계열사의 지난해 이사회 안건을 분석한 결과, 총 5955건 가운데 기업 경영과 직결된 사업·경영 관련이 1686건(28.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자금조달 및 대여가 1046건(17.6%)으로 그 뒤를 이었고 ▲인사 1039건(17.4%) ▲특수관계자 및 주주와의 거래 939건(15.8%) ▲기타 883건(14.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내부거래에 해당하는 '특수관계자 및 주주와의 거래' 안건은 현대차그룹 94건(40.2%), 넥슨 35.5%(11건), 신세계 34.7%(61건), 삼성 31.2%(124건) 등이 30%를 웃돌았다.

현대차의 경우 제철에서 완성차까지 생산 과정의 수직계열화와 퇴직연금 등 금융 계열사의 수의계약 등이 영향을 미쳤다. 넥슨은 관계사 간 부동산 거래, 신세계는 복합쇼핑몰 등 건설 및 IT 인프라 구축, 삼성은 패널 개발 계약과 금융상품 거래, 임대차 계약 등이 주요안건이었다.

반면 이랜드, 한국투자금융, 대우건설, KT&G, 에쓰오일, 한진중공업 등 내부거래 안건이 없었다. 다만 지난해 유동성 문제가 제기됐던 이랜드의 경우 42건의 안건 가운데 71.4%(30건)가 자금조달 안건이었다. 한국투자금융(55.4%)과 동국제강(52.1%)도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그룹사의 경우 계열사와 유기적으로 사업 조직이 연결된 경우가 많아 내부거래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실제 수직계열화의 경우 사업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영업기밀 등 내부정보를 통제하는 데 효율적이다.

문제는 부당 내부거래다. 그동안 재벌가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대한 일감몰아주기가 의심되는 내부거래가 끊이질 않았다. 재벌 2~3세들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경영 승계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지주사나 핵심 기업에 대한 지분율을 끌어 올리거나 세금 등 상속 재원으로 활용했다. 사업기회 유용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새 정부 출범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 등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에 대한 현장조사를 강화하고 제재 수위를 높이는 등 부당 내부거래 근절에 고삐를 죄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규제대상 총수일가 상장사 지분요건도 현행 30%에서 20%로 낮추는 개정안을 추진중이다. 재벌그룹의 경제력 남용을 경고해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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