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개헌안을 만든다는 생각과 자세 가져야

4월 임시국회가 지난 2일 열렸다. 쟁점은 개헌과 추가경정예산안,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이다. 그 중에서도 개헌이 핫이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국회에서 ‘개헌 연설’을 한다. 여야가 합의한 상태다. 특히 이번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 새롭게 여야 개헌협상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4개 국회교섭단체의 개헌협상은 한층 복잡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민주당의 뜻대로 6·13 지방선거와 개헌에 대한 동시투표를 진행하려면 5월4일까지는 국회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 4월 국회에서 개헌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지방선거 개헌 동시투표’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현재 여야는 ‘개헌 국민투표 시기’와 ‘권력구조 개편’을 놓고 맞서 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개헌 동시투표’를 주장하고 있으나 자유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헌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4년 연임제’, ‘현행 국무총리 선출 방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은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 또는 선출을 통한 책임총리제 구현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책임총리제를 야당에 양보하고 대신 야당이 동시투표를 수용하게 되면, 개헌안은 극적으로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도 있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한국당 김재경 의원이 “정부·여당에서 분권형 대통령제 받으면 6·13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에 못할 것 없다”고 말한 것이 이런 가능성을 말해준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월26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모든 것을 합의할 수 없다면 합의할 수 있는 것만이라도 헌법을 개정하여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개헌안’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여야 협상에 따라 개헌안은 얼마든지 합의될 수 있는 것이다.

헌법은 원래 ‘국가의 조직과 구성에 관한 기본법’이었다. 근대 입헌주의가 발달하면서 ‘국민주권주의 기본권보장 권력분립’이 보장됐다. 현대에 와서는 사회복지주의가 도입되면서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가미됐고, 사회적 기본권과 사회적 시장경제질서가 채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1894년 12월12일 제정된 ‘홍범14조(洪範14條)’가 근대국가의 헌법적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대한제국 시대인 1899년 8월17일 제정된 ‘대한국 국제(大韓國 國制)’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헌법의 태아(胎芽)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과 체제로 볼 때 국가의 기본법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다운 헌법체계를 갖춘 것은 대한민국임시정부 때다. 1919년 4월11일 제정된 임시헌장(臨時憲章)은 간략한 내용이지만 헌법의 체계를 갖췄다. 국체(國體)와 정체(政體)를 ‘민주공화제’로 했으며, 의회와 행정부의 권력분립 기본권 등을 보장했기 때문이다. 임시정부는 이후 다섯 차례 개헌을 통해 헌법을 개정했다. 즉, 개헌은 임시헌법(臨時憲法, 1919년 9월 11일, 제1차 개헌)→임시헌법(1925년 4월7일, 제2차 개헌)→임시약헌(臨時約憲, 1927년 3월5일, 제3차 개헌)→임시약헌(1940년 10월9일, 제4차 개헌)→임시헌장(1944년 4월22일, 제5차 개헌) 등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아울러 임시정부는 1941년 11월25일 건국강령(建國綱領)을 제정했다. 건국강령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1945년 8월15일 해방이후 대한민국은 1948년 7월17일 제헌헌법을 제정한 이후 아홉 차례 헌법을 개정했다. 제1차 개정헌법(발췌개헌, 1952년 7월7일)→제2차 개정헌법(4사5입개헌, 1954년 11월29일)→제3차 개정헌법(1960년 6월15일)→제4차 개정헌법(1960년 11월29일)→제5차 개정헌법(1962년 12월26일)→제6차 개정헌법(3선개헌, 1969년 10월21일)→제7차 개정헌법(유신헌법, 1972년 12월27일)→제8차 개정헌법(1980년 10월 27일)→제9차 개정헌법(현행헌법, 1987년 10월29일) 순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개헌을 하게 되면 제10차 개정헌법이 된다. 제헌헌법과 현행헌법이 가장 중요하다.

헌법은 지고지순한 규범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그동안 아홉 차례 개헌했는데, 현행헌법의 수명(30년)이 가장 길다. 국민의 저항이 적은 탓도 있지만, 그만큼 개헌이 어려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산업 민주화 시대의 산물인 현행헌법으로는 보다 나은 국민의 삶을 담보할 수 없다. 정보화 인공지능 시대에 걸 맞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 마땅히 ‘2017 촛불혁명’의 민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통일헌법을 위한 내용도 담아야 한다.

이번 ‘대통령 개헌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이외에도 기본권 국민주권 신장, 토지공개념 도입, 지방분권 강화, 노동권 보장 등이 담겨 있다. 촛불민심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런 개헌안에 대해 야당 일각에선 ‘좌파 개헌안’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부마민주항쟁, 5 18민주화운동, 6 10항쟁’을 전문에 기록하고,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 헌법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해 임시정부에 의해 1941년 11월 25일 제정돼 1948년 7월 17일의 제헌헌법의 기초가 됐던 한 ‘대한민국건국강령’은 이번 ‘대통령 개헌안’보다 훨씬 개혁적이다. 제1장 총강(總綱) 제2항에는 “우리 나라의 건국정신은 삼균제도(三均制度)에 역사적 근거를 두었으니 선민(先民)의 명명(明命)한 바 ‘수미균평위(首尾均平位·최고위층이나 민초들의 자리가 고르고 평등)라야 흥방보태평(興邦保泰平·나라를 일으키고 평안을 지킴)하리라’하였다. 이는 사회각층급(社會各層級)의 지력(智力)과 권력(權力)과 부력(富力)의 향유(享有)를 균평(均平)하게 하여 국가를 진흥(振興)하며 태평(泰平)을 보유(保維)하라 함이다.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이화세계(理化世界)하자는 우리 민족의 지킬 바 최고공리(最高公理)임”이라 했고, 제3항에는 “우리 민족은 고규(古規)와 신법(新法)을 참호(參互)하야 토지제도를 국유(國有)로 확립한 것임”이라고 명시했다. 건국강령은 “정치와 경제와 교육의 권(權)을 균(均)하야 헌지(軒輊 : 높낮이)가 없게 하고…”라고 규정하고 ‘만18세 선거권’, ‘토지국유화’, ‘초등 고등 의무교육’, ‘노동권 휴식권’ 등을 보장했다.

이런 내용만 봐도 ‘대통령 개헌안’은 77년 전의 ‘건국강령’보다 보수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에 와서 ‘건국강령’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는 아니다.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애국선열들의 건국정신 항일독립정신을 계승하는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번 개헌안에 담아야 한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일부 소개했을 뿐이다.

여야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해 토론하고 심의하면서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개헌안을 만든다는 생각과 자세를 갖기 바란다. 독립투사들이 구상했던 나라가 어떤 나라였는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건국강령’의 최고공리였던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참뜻이 무엇인지를 천착하며 애국선열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기념비적인 ‘제10차 개정헌법’을 마련, 합의 처리해야 할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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