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여직원 사내 성폭행' 사건 이어 화장품기업들 미투 폭로 잇따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미투’ 폭로가 정치권에서 일반 기업들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기업들에서 벌어진 사건과 부족한 사측의 대응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는 화장품기업 아모레퍼시픽그룹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한 남직원이 여직원 성희롱·성추행 혐의로 징계를 받았지만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는 폭로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가해자가 회식자리나 노래방에서 여직원들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사측은 ‘보직해임’ 징계를 내렸지만, 가해자의 직급을 유지하고 팀을 이동하는 선에서 징계 절차를 마무리했다. 징계 이유는 '피해직원 보호를 위해 팀 이동 발령'이었다. 그는 피해를 본 여직원이 다수임에도 사측이 ‘피해직원들’이 아닌 ‘피해직원’으로만 명기한 것을 두고 사건 은폐축소 의혹까지 제기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30% 가량 급감하는 등 실적악화로 뷰티업계 1위 자리를 LG생활건강에 내준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까지 겹친 상황에서 이처럼 계열사에서 불미스런 일이 터지면서 아모레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모레의 주 고객이 여성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향후 실적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논란에 휩싸인 이니스프리는 현재 공정위의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받는 계열사중 하나다. 그룹 총수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장녀 민정 씨가 주요주주(18.18%)로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9.5%에 달한다. 비상장사인 이니스프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기준(비상장사, 총수일가 지분 20%)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공정위의 조사 결과 통행세나 특혜 등 특수관계자에 대한 부당 지원 여부가 드러나면 처벌받게 된다.

이 회사는 서 회장의 지분이 민정씨에게 지분이 증여된 2012년 이후 급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정씨는 지난해 1월 재벌닷컴 조사 결과 30세 이하 이른바 '청년 주식 금수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기 기준 민정씨의 보유주식 가치는 3298억원에 달했다.

또 다른 화장품기업 에이블씨엔씨도 최근 자사 로드숍 브랜드 '어퓨' 직원이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오고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이 자신의 SNS에 사과글 올리는 사건에 휘말렸다. 사측의 진상조사 결과와 징계 수위가 주목된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한샘 여직원 사내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 당시 피해자는 직장 상사에게 모텔에서 강제로 성폭행을 당한 것도 모자라 이 사건을 처리하던 당시 회사 인사팀장이 허위진술을 요구하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은 서로가 좋아서 벌어진 일이라고 맞서고 사측은 은폐축소 의혹을 부인했지만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등 한샘을 향한 여론은 뜨겁게 들끓었다. 이 사건은 최근 피해자가 해당 직장 상사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여성이 주 고객인 기업들에서 터진 사건의 경우 여성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며 “개별 직원들의 일탈을 다 막을 수는 없겠지만 사건 발생시 철저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엄정처벌만이 기업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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