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외유 논란' 확산…금감원장 한달새 또 낙마 가능성
금융노조, KB·하나금융 회장 등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고발
지방금융지주 전임 수장들은 법정에…CEO 리스크에 몸살

▲ 주요 금융지주와 금융감독원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인 금융권 수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집중되면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김기식 금감원장이 지난 13일 금융투자협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산운용사업 신뢰구축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과 한달여 만에 2명의 수장이 채용비리 파문과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며 중도 낙마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될 처지에 놓였고, KB·하나·DGB·BNK 등 주요 금융그룹 CEO들도 검찰의 채용비리 의혹 수사에다 성차별 채용 논란,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불명예스러운 악재에 직면하며 곤혹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기식 금감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수차례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권의 사퇴 압박과 여론 악화에 직면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검찰 수사 및 중앙선서관리위원회의 검토 결과에 따라 김 원장의 사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김 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는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행위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 가는 행위 ▲해외출장 중 관광 등 김 원장을 둘러싼 4가지 논란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선관위에 질의서를 보냈다.

선관위는 이날 오후 과천 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김 원장 관련 질의사항에 대한 조사국의 보고를 청취한 뒤 관련 법령에 따라 사안의 위법성 여부 등을 판단한다. 선관위가 질의사항에 대한 검토 결과를 최대한 빨리 청와대에 회신하겠다고 밝힌 만큼 김 원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 주가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 원장에 대한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3일 출장비를 지원한 의혹을 받는 피감기관 및 관련 단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김 원장은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에 의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고발됐으며,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지 않은 채 후원금을 모았다는 이유로 시민단체의 추가 고발이 이어졌다. 

가장 곤혹스러운 곳은 금감원이다. 지난달 채용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퇴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김 원장마저 도덕성 논란으로 취임 한 달도 안돼 낙마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원장이 중도 사퇴할 경우 금감원은 올들어 2명의 수장이 불명예를 안고 퇴진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채용비리 관련 검찰 수사에다 금융노조의 고발 등에 직면한 은행권의 CEO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금융노조는 이달 초 KB·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국민은행은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성 지원자들의 서류 전형 점수를 올려준 정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고, KEB하나은행은 남녀 채용비율을 정해서 선발하거나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순위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방은행의 'CEO 잔혹사'도 반복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박인규 전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과 채용비리 등으로 지난달 29일 전격 사퇴했고, BNK금융지주도 두 전직 수장이 나란히 불명예 퇴진해 법정에 서는 등 경영진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BNK금융 1대 회장인 이장호 전 회장은 엘시티 대출 청탁과 함께 상품권·미술작품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대 회장이었던 성세환 전 회장 역시 주가 조작 혐의로 기소돼 올해 초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금융지주는 물론 금감원까지 불명예스러운 논란에 휘말리며 금융권 수장에 대한 고소·고발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형국"이라며 "조직을 이끌만한 충분한 도덕성과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CEO들이 금융개혁과 실적개선 등 갈 길이 바쁜 금융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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