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김기식 전 원장, 과거 경력에 불명예 낙마
국민 불신에 文정부 금융개혁 추진도 차질 불가피
후임 찾기 쉽지 않아…수장 공백상태 길어질 수도

▲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금감원 수장의 연이은 낙마로 금감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가운데 차기 수장에 대해 더욱 강화된 자격 검증이 요구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을 이끌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표지석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김기식 원장까지 2명의 수장이 불과 한 달 여만에 불명예 퇴진하면서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첫 정치인 출신이자 사회운동가 출신인 김기식 원장이 금융권의 부당대출, 고금리 폭리 등 금융적폐를 없앨 적임자로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19대 국회의원 당시 불거진 의혹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중도 낙마하게 됐다.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금감원 수장의 연이은 낙마로 금감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진 데다 더욱 강화된 자격 검증이 요구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을 이끌 새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7일 금감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종전의 범위를 벗어난 정치후원금 기부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림에 따라 금감원장직을 사임키로 하고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중 김 원장의 사표를 수리했으며, 금감원은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를 대행할 예정이다.

김 원장이 물러나면서 금감원은 한 달 만에 두명의 수장이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맡게 됐다. 특히 두 원장 모두 각종 비리 의혹으로 중도 퇴진한 데다 최단기간 재임 원장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연달아 경신하면서 금감원의 권위와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최흥식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 의혹이 제기돼 물러났다. 최 전 원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으나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 한 것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원장은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가거나 임기 말에 반납해야 하는 후원금으로 외유를 가고 자신과 관련된 단체에 5000만원 '셀프 후원'을 하는 등 각종 비리 의혹에 휩싸이며 결국 사퇴에 이르게 됐다.

이들은 모두 비관료 출신 경력으로 금감원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전 원장은 조세재정연구원과 금융연구원, 연세대학교 교수,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을 거쳐 금감원장이 됐다. 김 전 원장도 민간 경력이 주류인 인물로 참여연대 사무국장과 정책실장,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지내며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외부감시 기능을 수행했고, 이런 경력을 기반으로 2012년에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서 국회에 입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존의 관료 출신을 제쳐놓고 이들을 선택한 것은 금융분야에서 파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관료 출신이 성장해온 기존의 프레임으로는 금융 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두명의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은 모두 과거 경력에 발목을 잡혀 조기 강판하게 됐다.

김 원장마저 중도 낙마하게 되면서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금감원장의 공백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해온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할 강한 의지와 금감원장에 오를 만큼의 금융에 대한 높은 식견을 갖춰야하는 것은 물론 더욱 엄격해질 인사 검증을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장 두 원장이 각종 도덕적 논란으로 임기 초반에 불명예 퇴진한 만큼 물리적인 인사 검증 자체가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급하게 관료 출신을 임명할 필요가 없는 데다 또다시 비관료 출신을 선임했다가 역풍을 맞을 경우 6월 지방선거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에 금감원장 후임인선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수장 공백 사태가 길어지면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 삼성증권 배당사고 처리 등 당장의 현안은 물론 각종 금융개혁 등 금감원에 산적한 과제 추진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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