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자영업자 폐업률 2.5%, 창업률 앞질러
은행 개인사업자대출 고공행진…1분기 6.8조원 증가
금리 상승기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가계빚 부실 우려

▲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존을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시중금리 상승세와 맞물려 이들의 급격한 채무상환능력 저하에 따른 가계빚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경영난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2%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창업률을 앞지른 데다 생존을 위해 빚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은행권의 자영업자대출은 300조원에 육박했다. 최근 본격화한 시중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이들의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가계빚 부실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은행대출 잔액은 295조6000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9000억원 늘었다. 3월 사업자대출 증가액은 지난해 11월(3조2000억원) 이후 최대 수준이다. 특히 올해 1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액은 6조8000억원을 기록,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1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였다.

이처럼 자영업자대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50세 이상 은퇴자들과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불황 속에 출혈경쟁을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의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보다 높았다. 새로 생겨난 업소보다 문을 닫은 업소가 더 많았다는 얘기다.

음식업종의 경우 폐업률 3.1%, 창업률 2.8%로 8개 업종 중 창업과 폐업이 가장 빈번했다. 창업률이 폐업률보다 앞서는 업종은 없었고, 소매 업종만 창업률과 폐업률이 2.4%로 동일했다.

상가정보연구소 이상혁 선임연구원은 "인구 고령화와 취업난 등 여파로 많은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보인다"며 "동일업종 간 경쟁 심화와 관광객 감소,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쌓이면서 자영업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들의 매출 부진도 심화하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지난해 소상공인 3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3개월 매출액 평균이 300만원 미만인 곳은 12.7%에 달했다. 이중 3%는 100만원 미만이었고, 1.3%는 아에 순이익이 없었다. 소상공인 55.8%는 월 매출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영업자대출은 명목상 중소기업대출로 분류되지만 자영업자 모두 개인이기 때문에 사실상 가계가 상환해야 할 빚이다. 기존에 빌린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에 더해 창업을 위해 받은 대출까지 짊어진 이들의 소득 감소와 폐업은 곧 가계대출 부실로 전이될 공산이 크다.

특히 도소매, 음식·숙박업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부채는 경기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금리 오름세에 빚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한은이 자영업 폐업률을 모형화해 추정한 결과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를 경우 자영업자의 폐업위험도는 7∼10.6% 상승했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집중된 음식·숙박업의 폐업위험도는 10.6%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불황과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법) 시행, 최저금리 인상 등으로 올해 자영업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며 "시중금리 오름세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대내외 금리상승 압력이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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