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계 최초로 수소차 상용화했지만 보급 난항
중일 수소 산업 주도권 경쟁…정부 대책 마련 시급

지난달 20일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수소전기차 넥쏘가 예약 판매를 실시했다. 넥쏘의 구매가는 6890만~7220만원으로 상당히 높은 가격이었지만, 정부보조금 2250만원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1000~1250만원을 더하면 실구매가가 3390만~3970만원으로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지난달부터 예약을 받기 시작해 지금까지 넥쏘의 예약자는 1100명이 넘어 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소전기차인 넥쏘는 300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전기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충전 시간(5분), 그리고 1회 충전에 최대 608km 까지 가능한 주행거리가 장점이다. 또한 초미세먼지를 제거하면서 ‘달리는 공기청정기’라는 깨끗한 이미지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끄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정부가 올해 수소전기차 보조금으로 책정한 예산은 35억7500만원으로, 차량 당 2250만원씩으로 계산하면 단지 159대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이월된 금액을 포함해도 지원받을 수 있는 대수는 240여대에 불과하다. 1000만~1250만원 수준인 지자체 보조금도 광주, 경남, 울산 등 7개 시도에서 몇 십대에 한정되어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 최대로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은 더 줄어든다. 따라서 약 1100명의 넥쏘 예약자 중 선착순에 앞선 100여명의 소비자만이 3000만원대에 구입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더 황당한 것은 정부의 대응이다. 김동현 경제부총리는 수소차는 현대자동차 한 업체에서만 생산하기 때문에 특정업체를 지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대답이다. 수소차를 바라보는 정부의 정책이 참으로 근시안적이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큰 기간산업이자 종합 기계 산업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가 약 3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있고, 수소차의 경우도 약 2만 2000개의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부품의 대부분은 수많은 중소기업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현대자동차라는 대기업에만 지원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더욱이 수소차의 경우 전체 부품에서 수소차에만 전용으로 쓰이는 부품이 36%에 달해, 내연기관 전용부품 23%에 비해 더 높다. 수소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해당 분야 산업이 커져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특히 우리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수소차 전용 부품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일부 부품은 중국, 일본 등에 독점 수출하고 있다. 세계 수소차 부품 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이 선도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수소차와 이를 생산하는 현대자동차에 초점을 맞출게 아니고, 수소에너지 생태계 전체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이미 오래전에 그의 저서 ‘수소혁명(The Hydrogen Economy)’에서 “수소 경제의 바탕은 이미 마련되고 있다. 앞으로 수년 안에 컴퓨터, 통신 혁명이 수소 에너지 혁명과 융합되면서 21~22세기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강력한 혼합물이 탄생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수소에너지가 바꿀 경제사회의 미래에 주목했다. 

이러한 수소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은 2014년 경제산업성(METI)이 ‘수소·연료전지의 확산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을 발표했다. 강력한 정부정책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수소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다. 2020년부터 2040년까지 3단계로 진행되는 수소에너지 부양정책의 주요 내용은 ▲수소충전소 확충과 수소차 보급 확대 ▲대규모 수소발전소 건설과 수소 해외조달망 확보 ▲100% 수소를 이용한 발전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 제로 달성 등이다.

일본의 수소산업 활성화 정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수소차 보급과 충전소 확충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수소발전소 건설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고 해외에서 생산되는 수소를 미리 확보해서 에너지 수급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일본의 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엄청나다. 먼저 수소차 보급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충전소 확충 및 대규모 수소발전소 건설 등 인프라 확대는 국내 경기 활성화에 기여한다. 또한 해외 수소 도입에 따른 수소 전용 운반선을 개발하면서 일본에서 조선 산업이 다시 살아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소차 개발에서 촉진된 수소에너지 생태계 활성화 정책이 미래 일본의 경제 구조 자체를 개조하고 있다.

일본의 수소에너지 활성화 정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차를 상용화했지만 특정업체 지원 불가라는 장벽에 가로 막혀 자동차 보급은 물론이고, 수소충전소 확충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먼저 개발하고도 발 빠르게 움직인 일본에 수소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뺏긴 것은 물론이고, 최근 ‘수소 굴기’를 외치는 중국에도 추격을 당해 후발주자를 전락할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다행히 국회에서 200억원 규모의 수소차 보조금 추경 편성에 나서 수소차 보급에는 물꼬를 틀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수소차 및 수소에너지와 관련한 산업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수소경제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향후 수소산업과 관련한 기술 개발 지원, 사업 육성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수소에너지 생태계 구축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릴 만큼 느긋하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선제적으로 정책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수소혁명위원회’라도 만들어서 범 정부차원에서 대응해야만 일본과 중국에 빼앗긴 수소산업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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