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지분 낮아 요구 관철 힘들어…지분 수익 실현 노린 듯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과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보유 지분이 이 같은 요구를 관철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가 띄우기를 통한 지분 수익 실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전날 발표한 '현대 가속화 제안서'를 통해 기존에 현대차가 밝힌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공식 반대 의사를 밝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후 지주사 전환을 골자로 한 새로운 개편안을 제시했다.

엘리엇이 총 4단계의 지주회사 전환안을 제시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합병한 합병회사 구축→합병회사를 상장지주회사(현대차 홀드코)와 별도의 상장사업회사(현대차 옵코)로 분할→현대차 홀드코가 현대차 옵코 주식에 대한 공개매수 진행→기아차가 소유한 현대차 홀드코 및 현대차 옵코 지분에 대한 전략적 검토(순환출자 해소 및 기아차 자본 확충) 순이다.

이밖에 엘리엇은 배당 증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가치 확대 방안도 요구했다.

증시에서는 엘리엇의 요구로 주주 환원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이날 오전 11시 33분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2.51%(4000원) 오른 16만3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엘리엇의 요구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은 지주사 체제가 아닌, 지배회사 체제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현대차투자증권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아울러 지분 규제로 인수합병 제약이 많아진다는 점도 부담요인중 하나다.

다만 엘리엇의 요구가 그래도 실현될 지는 미지수다. 엘리엇의 현대차그룹 지분은 약 1조원대로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지분이 각각 1.5% 가량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엘리엇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대모비스 지분 9.84%를 보유한 국민연금 역시 엘리엇에 동조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결국 엘리엇 숨은 의도는 주가 띄우기를 통한 지분 이익 실현이라는 것이 재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을 때도 비슷한 전략을 펼친 바 있다.

증시의 한 전문가는 “향후 현대차그룹은 기존 개편안을 그래도 고수하면서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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