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유착 의혹 깊어져…“셀프수사 중단하고 사법당국 나서라”

[중소기업신문=박진호 기자] 최근 한진 일가의 불법행위에 대한 의혹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관세청도 비판 도마에 올랐다. 사실상 한진 일가의 일탈을 관세청이 묵인했다는 비판은 물론 대한항공과 세관 직원들의 유착 의혹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법당국이 나서 이번 의혹을 풀어야한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최근 대한항공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어 '인천세관이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메신저 익명 제보방을 개설했다.

관세청은 제보를 통해 한진 일가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제보방은 오히려 관세청과 직원들의 직무유기를 비판하는 성토의 장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제보방에는 “세관 직원들이 검사하지 않고 묵인했다”, “인천세관 공무원 먼저 파면시켜 주세요” 등 관세청이 한진을 수사하기 앞서 내부 유착 의혹을 먼저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개설한 SNS 등에서는 구체적인 유착 증거까지 나왔다. 지난해 3월 인천공항 세관이 대한항공에 지인 4명의 좌석을 앞자리로 옮겨달라는 부탁을 처리한 업무 메일이 공개된 것. 이 메일은 대한항공 직급 2급의 여객사업본부 직원 A씨가 2017년 3월 22일 오전 좌석 담당 직원에게 보낸 것으로 “인천공항세관 감시과장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SEAT ASSIGN RQ(좌석 배정 요청)를 부탁받은 바, 검토 후 조치 부탁드립니다”, “가능하면 꼭 좀 FIRST ROW로 SEAT ASSIGN 부탁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세관 공무원의 청탁을 받고 대한항공 직원이 항공기 좌석을 더 좋은 좌석으로 바꿔줬다는 의혹인 셈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관세청도 부랴부랴 관련 조사에 착수했지만 여론은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이 현재 벌이고 있는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의심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오너일가가 개인 물품을 무단으로 들여왔는데도 공항에 상주하는 세관 직원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며 “지금이라도 수사당국이 직접 나서 한진 일가는 물론 관세청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관세청 각종 의혹으로 비판 받아 왔다.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지난 2015년 7월과 11월 면세점 사업자 선정시 호텔롯데에 낮은 점수를 매겨 탈락시킨 사실이 드러났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 면세점 수를 늘리라고 하자 기초자료 등을 왜곡해 면세점 수를 늘린 사실도 적발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잇따라 이름이 오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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