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보존 권고 했지만 한남뉴타운2구역 조합 재개발 대상에 포함
전문가들 “명소 허물고 아파트 짓는 것은 득보다 실 많아…보존해야”

▲서울의 명소인 이태원 앤틱가구거리가 한남뉴타운 재건축 사업으로 철거될 위기에 처하면서 문화‧역사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이 지역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서울 한남뉴타운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앤틱가구거리가 재개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 해 200만에 달하는 외국인이 방문하는 서울의 대표적 명소 중 한 곳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속 유럽’이라고 불리는 앤틱가구거리의 문화‧역사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이 지역을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남뉴타운 제2구역 재건축 조합은 재개발 대상에 이태원 앤틱가구거리를 포함시켰다. 한남뉴타운 재건축 사업은 용산구 한남동 일대 약 111만㎡를 재개발하는 사업으로 이 중 2구역은 보광동 264 일대 16만2321㎡ 규모의 지역이다. 앤틱가구거리는 서쪽 끝에 위치해있다. 용산구도 지난 24일 ‘한남 및 이태원로 주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수립 용역’ 입찰공고를 내고 이 지역 정비 사업을 본격화했다.

앤틱가구거리의 A, B, C, D 네 개의 구역 중 이태원 해밀튼호텔 부근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그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측은 이 곳을 철거해 새로운 상가 지구 등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일대에 조성된 앤틱가구거리에는 시간이 멈춘 듯한 100여개의 골동품 가구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1970년대 용산기지에서 근무하던 미군들과 외국공관원들이 한국을 떠나면서 내놓은 고가구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거리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한남뉴타운 사업이 본격화되고 앤틱가구거리 전체가 재건축 대상에 포함됐지만 상인들과 추억이 깃든 명소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수년전 서울시는 용산구에 ‘제척’을 검토하라면서 이 지역 보전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일부가 재개발 대상에서 빠졌고 나머지 구역도 당연히 보전이 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에 재건축 대상에 다시 엔틱가구거리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지역 상권은 동요하고 있다. 생계 문제는 물론 앤틱가구거리 활성화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회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앤틱가구거리 특유의 정취와 역사가 허물어지고 대신 아파트나 새로운 상가가 들어선다는 데에 시민들의 반응도 차갑다.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강조해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재건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은 앤틱가구거리를 보존하기는커녕 오히려 일부 끊어서 없앤다는 것이 문제”라며 “애초 보존을 약속했던 서울시와 용산구가 이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입장을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아울러 조합 측도 앤틱가구거리 측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서울의 소중한 명소 한 곳이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용산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조합 측에서 앤틱가구거리 일부를 상가 등으로 재개발하는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구는 조합이 제출한 계획안을 시에 올려 허가 절차를 밟는 역할일뿐, 이에 대해 특별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고 향후 안이 제출되면 시에서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산구는 지난 2016년 ‘걷는 도시 서울’ 조성 평가 우수구로 선정됐다. 앤틱가구거리의 도로를 대폭 줄이고 보도를 늘리는 등 외국인과 시민들의 방문을 편하게 한 성과였다. 당시 성장현 구청장은 “앤틱가구거리는 용산의 중요한 관광 자원”이라며 “특화상권 활성화 사업 진행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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