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화된 북한 농토 먼저 바꿔야…이스라엘 ‘모샤브’ 시스템 적용하면 성공 가능성

‘2018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 이후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 경협 관련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남북 농업교류협력 분야도 주목을 받고 있다.

‘판문점 선언’은 제1조 제6항에서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 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며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이란 관점에서 볼 때, 남북 농업교류협력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식량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공동번영’은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농업발전을 위해 두벌농사(이모작) 확대, 감자농사혁명, 종자혁명, 첨단 농업기술 개발 등 새로운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남한 지원이 절실하다. 남한의 지원이 없이는 발전이 어렵다는 사실을 북한이 잘 알고 있다. 남북 농업교류협력이 추진될 경우 이 분야가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북한을 두 차례 방문했던 짐 로저스(Jim Rogers)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경제는 세게 눌린 용수철과 같다. 지금이 투자할 좋은 기회다”고 했다. 그는 지난 3월6일 “한국통일은 5년 내에 이뤄질 것이다. 농업분야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농민들이 북한농민들을 돕는다면 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본지 3월10일자, ‘성큼 다가온 한반도 평화’ 참조)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영원한 농협 맨’으로 현재 몽골과 농업교류협력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원철희(元喆喜·사진) 전 농협중앙회 회장을 만나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원 전 회장은 “큰 것에 집중하지 말고 작은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당한 시간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법인 화평 상임고문실에서 만난 그는 ‘도덕경(道德經)’의 ‘치대국 약팽소선(治大國 若烹小鮮·큰 나라를 다스릴 때는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한다)’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작은 생선을 굽듯이 조심스럽게 남북 경협에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원 전 회장은 이어 우리 농업과 중소기업발전방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 4월 27일 ‘2018남북정상회담’이후 남북 농업교류협력에 대한 관심도 부쩍 고조되고 있습니다. 과거 경험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 어느 면에서 자존심이 매우 강합니다. 과거 우리가 여러 차례 농업분야에 대해 조언해주고 지원하려 했으나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의지가 약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농업분야에서 정부의 대북지원은 주로 식량과 비료지원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가령 1999년 북한에 비료 15만5000t을 지원한 이래 2009년까지 매년 지원했습니다. 그러다가 ‘천안함 피격사건’이후 이명박 정부는 2010년 5월24일 이른바 ‘5·24조치’를 발표해 대북지원을 완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지고 대북제재가 해제되면 대북지원이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농업분야에서 대북지원은 어떻게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현재 북한 농업은 피폐해 있습니다. 토지가 산성화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흙 상태가 아주 열악해요. 그러다보니 단위면적당 곡물 생산량이 매우 적지요. 그래서 퇴비를 많이 줘서 토양을 알칼리성으로 바꿔야 합니다. 토양을 바꾸지 않고서는 북한 농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선적으로 질소와 인산, 칼륨, 칼슘, 유황 성분이 함유된 비료도 개발 보급해야 합니다. 농기계를 보내줘도 가동시킬 기름이 없는 것도 문제지요. 제가 볼 때 남북 농업교류협력이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북한 토양이 산성화돼 있다면 큰 문제네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으로 농업교류협력을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능한 것,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너무 거창하고 큰 것은 쉽지 않아요. 소소한 것부터 서로 협력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20년 전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1001마리를 몰고 갔으나 북한 사람들은 그 소를 제대로 키우질 못했습니다. 북한의 축산업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축산의 기반이 잘 확립되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부터 조금씩 지원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남북 간 농업격차를 서서히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농협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농업협동조합이란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농협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농업개발기금(International Fund for Agricultural Development·IFAD)을 통해 북한을 지원하려고 했던 경험이 있으신데, 농협이 남북 농업교류협력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방법이 있겠습니까.

“당시 북한은 자존심이 강해 우리가 직접 지원하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유엔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IFAD를 통해 북한의 농업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했지요.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농업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우리 농협의 성공사례가 북한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북한의 집단농장에 우리 농협의 성공사례와 공동생산, 공동판매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 농협의 성공사례가 북한에 적용되면 남북 농업교류협력도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이 지난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매듭짓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결정했습니다. ‘판문점 선언’도 ‘공동번영’을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북 미-북 일수교가 이뤄지면 북한은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보는데, 북한 농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utz)와 모샤브(Moshav)의 시스템을 북한에 적용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키부츠는 국가로부터 임대한 토지에서 집단이 소유 관리하는 자산을 운영해 농업을 경영하는 집단농장입니다. 공동소유·공동육아·공동식사·직접민주주의 등의 운영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생산한 것은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그 공동체의 몫이며 개인의 생활은 자유롭습니다. 이처럼 집단노동 공동소유라는 사회주의적 생활방식을 고수하면서 이스라엘의 자랑으로 여겨져 온 집단농장을 북한이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는 기존의 북한의 집단 농장운영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이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보다는 모샤브인데, 모샤브는 키부츠의 단점을 보완했습니다. 개인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키부츠의 자급자족적인 시스템 대신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공동으로 펼치는 일종의 협동조합 성격을 지닙니다.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은 모샤브 시스템을 도입해 중국 농촌을 바꿨습니다. 중국의 농촌을 다시 일으킨 것입니다. 북한도 이것을 벤치마킹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철희 전 농협회장은 1938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농림부에서 근무하다가 농협중앙회 비서실장 대통령비서실 농림수산 비서관 농협중앙회 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자민련 소속으로 제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2015년부터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법무법인 화평 상임고문과 동아시아농업협회 회장,㈜무궁화신탁 경영고문도 맡고 있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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