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등 승계과정에서 추가 의혹 드러날 가능성도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LG그룹이 오너일가의 1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그룹 심장부인 본사 재무팀이 압수수색 대상이 되면서 탈세 혐의 이외에 일감몰아주기 등 승계작업과 관련한 추가 의혹이 드러날 가능성도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LG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수사는 국세청은 고발에 따른 것으로, 국세청은 LG그룹 총수 일가의 주식변동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세금이 제대로 납부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해 특수관계인 등 10여명을 지난달 말 검찰에 고발했다.

구본무 회장은 국세청의 고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수사 대상에 그룹 유력 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친부인 구본능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으로 입사한 뒤, 미국 법인과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사업장을 거쳐 현재 그룹 신성장사업인 정보디스플레이(ID) 부문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올해 초에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 전시회 'ISE 2018'에 사업부를 이끌고 직접 참가하면서 경영 참여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 상무의 그룹 지배력 확대 과정에서는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LG상사의 항공 및 해운물류 자회사인 판토스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조세회피처 역외탈세 의혹 등이 제기됐다.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매출의 60% 가량을 얻고 있는 판토스는 LG상사가 51.0%로 최대주주로 있으며, 구광모(7.5%)·구연경(4.0%)·구연수(3.5%)·구형모(2.5%)·구연제(2.4%) 등 오너일가가 19.9%를 보유중이다. 또한 장인회사인 보락과의 거래도 주목 받은 바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구 상무가 향후 부친 구본무 회장의 지분을 승계받게 될 경우 필요한 막대한 증여세나 지주사 LG의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판토스가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해왔다.

그룹 대표 기업 LG전자가 지난해에 연간 최대 실적을 올리고 올 1분기에도 사상 최대치의 실적을 올리면서 그룹 전체가 기분 좋은 한해를 시작했던 상황에서 이번 압수수색으로 분위기가 급랭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15조1230억원, 영업이익 1조1078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1분기중 최대 금액을 달성했다.

다만 LG전자는 협력사들에게는 인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LG전자는 2014년 7월∼2017년 3월 24개 하도급업체와 스마트폰 부품 단가인하를 합의 이전 생산분까지 소급 적용하는 방식으로 하도급대금 수십억원을 깎았다가 적발돼 33억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LG전자는 합의와 동의 아래 이뤄진 거래 관행이라고 항변했지만 소급 자체가 위법 행위다.

LG그룹 측은 “일부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과정에서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으며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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