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보다리 산책' '공작'으로 몰아…네오콘 한반도 평화정착 걸림돌

2000년 11월5일 일본의 마이니치신문(每日新聞)은 고고학자 후지무라 신이치(藤村新一)가 70만년 전 구석기 유적을 날조했다고 폭로했다. 후지무라는 구석기문화 연구 제1인자로 ‘석기의 신’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의 발굴에 따라 한때 ‘일본사’에는 “3만 년 전 이상 전기 구석기 시대의 존재를 확정한 것은 자자라기(座散亂木) 유적이다. 그 근방의 바바단(馬場壇) A유적에서는 20만∼10만 년 전 타제 석기가 출토됐다”고 기술돼 있었다.

그러나 후지무라가 미야기(宮城)현 가미타카모리(上高森) 유적지에 자신의 소장품이었던 석기 수집품들을 묻는 장면이 마이니치의 몰래카메라에 찍혀 날조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일본 고고학회는 후지무라로부터 자백을 받아 그가 발굴했던 총 1백62개 전·중기 구석기 유적이 모두 날조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일본 교과서에서는 후지무라가 발굴했던 미야기현의 자자라기 유적 등에 대한 기술이 삭제됐다.

상상을 초월한 역사 날조요, 역사 왜곡이었다. 한국에선 존재한 바도 없었고, 존재할 수도 없는 희대의 사기극이었던 것이다. 일본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한반도 침략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광개토대왕비에 관한 역사를 날조한 나라도 일본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 식민지 사관에 의해 한국사를 통째로 날조한 것도 일제가 아니었던가.

이처럼 일본은 ‘공작(工作) 조작(造作) 날조(捏造) 왜곡(歪曲)’의 나라다. 상당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에 대해 그렇다. 독도 영유권 주장, 위안부에 대한 거짓말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가령, 1895년 10월8일의 명성황후 시해사건(을미왜변)에 대해서도 일본은 100년 넘는 동안 조선의 분쟁에 일본 낭인들이 개입한 사건이라고 억지 주장해왔다. 그러나 을미왜변 두 달 뒤에 일본 영사 우치다 사다쓰지(內田定槌)가 작성, 일왕이 결재한 보고서가 2005년 공개된 이후 많은 연구에 의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강범석 히로시마(廣島)시립대학 명예교수는 ‘왕후모살’에서 당시 경성수비대(후비보병 독립 제18대대) 대장 직속의 육군 소위 미야모토 다케타로(宮本竹太郞)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이종각 동양대 교수는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에서 을미왜변이 일본 군부의 군사작전으로 진행됐으며 범인은 미야모토 다케타로 소위였음을 다시 입증했다. 그동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그 배후의 주동자는 이노우에 가오루(井上馨)공사,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총리를 비롯한 내각의 각료들이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공작 날조에 대해서는 죄의식이 없다. 그래서 죄악을 저질러 놓고도 사과를 하지 않는다. 한국이 잘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한다. 민족적 열등의식이 발로해 ‘방해공작’에 나선다. 때문에 한시도 일본에 대해서는 방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4.27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출렁이게 된 것도 일본의 ‘방해공작’ 때문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태도와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남북관계 파탄을 위한 ‘방해공작’에 나선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4월1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과의 미일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남북관계 개선을 방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억지를 부렸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의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에 의한 폐기)를 비롯해 일본인 납치문제를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그런 의제가 포함되지 않을 경우 북미정상회담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사실상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무산시키려 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 피해자들에 대해 언급하겠다”고만 말했다고 한다. 아베 총리의 시도는 일단 불발된 셈이다.

이어 일본은 지난 5월19일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아와키(いわき)시에서 폐막된 ‘태평양·섬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 방법에 의한 폐기(CVID)를 추구한다”는 내용과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대한 공동대처 등을 포함시켰다. 중국견제와 태평양지역 내 일본의 영향력 강화를 위한 ‘태평양·섬 정상회의’에는 일본 호주 뉴질랜드 사모아와 쿡 제도 피지 마샬제도 미크로네시아 연방 파라오 등 17개 국가와 2개 지역(뉴칼레도니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정상이 참가했다. 

그런데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18일 ‘정보기관원이 해독한 김정은의 산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4·27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산책하며 친밀한 모습을 연출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산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통역이 없는 비공식 일대일 회담의 특징을 노려 외교 공작을 펼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남북 고위급회담 무기한 연기를 예로 들며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보면 한국 측이 북한의 외교 공작에 이용됐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김 위원장이 도보다리 산책에서 문 대통령을 속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기관원이 해독한 김정은의 산책’이란 기사는 황당하다. ‘도보다리 회담’을 북한 측이 먼저 제안했고 회담의 주도권을 김 위원장이 갖고 있었다면 그런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도보다리 회담’은 청와대 윤재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이 아이디어를 내 남한 측이 먼저 제안한 회담이며, 문 대통령이 회담의 주도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분석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3류 소설’에 불과하다.

도대체 일본은 왜 저러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 ‘공작’이 먹힌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한국을 아직도 ‘3류 국가’로 여기고 있는 것인가. 아무튼 일본은 한국을 얼마든지 ‘농락’할 수 있는 나라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도보다리 회담’에 대한 일본 정보기관원의 해독이 일본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일본 정부의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로 일종의 ‘공작’이다. 남북 간을 이간질해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기 위한 ‘공작’이란 얘기다. 일본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도보다리 산책에서 문 대통령을 속였다’는 ‘가짜뉴스’가 보도될 경우, 이는 곧바로 한국과 미국 언론에도 보도될 것이고 미국 백악관이 ‘도보다리 회담’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란 계산에서, 일본 정보기관은 그런 ‘공작’을 자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런 ‘가짜뉴스’가 ‘태평양·섬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가운데 보도됐다는 점이 더욱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런 사례가 과거에도 있었다. 2002년 9월17일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총리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북일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북일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은 북일수교를 약속하고 북한은 미사일시험 유예조치를 무기한 연장한다’는 내용의 북일공동선언(평양선언)이 발표됐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북일수교를 반대하며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결국 평양선언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그 배후에 일본의 자위대와 그물처럼 치밀하게 연결된 미국의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네오콘(neocons)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 언론들의 ‘북한체제붕괴론’이 바로 네오콘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주장과 맥락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레짐 체인지’는 단순히 ‘정권교체’를 의미하지 않고 북한 체제를 붕괴시켜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의 전후과정에서 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며 강하게 반발해 남북관계가 크게 흔들린 배경에도 일본 자위대, 미국 군산복합체 네오콘의 ‘공작’이 작동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즉, 핵무기 등 전략무기를 탑재하고 적의 레이더망에 잡히지 않으면서 적의 핵심 시설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인 미국 F-22 스텔스전투기를 8대나 동원-배치한 것이 이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9일 우리 대북특사단이 방북했을 때 김정은 위원장은 ‘한미연합훈련을 평상시 수준으로 하는 것은 받아들이겠다. 다만 전략자산 배치만은 피해달라’고 요구했고, 우리 특사단은 이를 수용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그리고 ‘판문점 선언’ 제2조 1항에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적시했던 것이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남문희 시사인 대기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4·27이후 우리가 분위기에 취해 있는 사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일들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본의 집요한 일련의 움직임 속에 숨겨진 흉수가 뭔지 알아야 했다. 이번 훈련의 직접 당사자인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은 일본계로 일본 자위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다. 북한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와 미중정상 회담 당시 중국이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이번 사태에 그가 과연 무관할까? 그런 인물을 미국이 차기 주한 대사로 내정한 이유는 뭘까?” 일본 자위대가 무기수입의 거래처인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통해 미국 태평양 사령부와 주한미군 사령부를 움직여 F-22 스텔스전투기 8대를 배치함으로써 북한의 반발을 유도했다는 게 남 기자의 분석인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이를 모르고 있었을까. 우리 국방부는 미국 군산복합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인가. 2002년 미국의 ‘제네바합의 파기’에 따라 북한이 핵개발을 서둘렀는데, 그 배후에 주한미군 사령부와 미국 CIA가 있었다는 이삼성 한림대교수(‘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335-341쪽 참조)의 ‘분석’이 이번 경우에도 적용된다. 최근 남북관계가 출렁이게 된 것은 전적으로 일본의 ‘방해공작’ 때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이제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도대체 ‘맥스선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몰랐다면 국방부를 장악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지 못하며, 알았다면 ‘한통속’이어서 그 책임은 엄중하다고 생각한다. 항일 의병장의 후손이 일본의 공작에 놀아났다면 말이나 되는 일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한 미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공작’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주한 미국대사에 지명된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태평양 사령관이 ‘관여’했는지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가 친일 반중 성향의 강경파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국 후 송영무 국방장관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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