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에 국내는 고용부진, 물가도 목표미달
힘빠진 7월 금리인상설…"인상 더 늦춰질 수도"

▲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언제쯤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한국은행이 5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언제쯤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당초 한은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최근 분위기는 금리 인상시점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외 불안정 속에 국내 고용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에 못 미치는 등 우울한 경제지표가 이어지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쥔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네 번째 동결 결정이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예견된 행보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더 올릴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거의 한 목소리로 이달 금통위에서 동결을 점쳤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과 신흥국 위기 등으로 대외환경이 불안정한 데다 국내에서도 고용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어서다. 물가 상승률도 한은 목표(2%)에 한참 못 미치다 보니 금리인상을 밀어붙일 근거가 마땅치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서 앞으로 경제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중 무역갈등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고 일부 취약신흥국 금융불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내 고용사정도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86만명으로 1년 전에비해 12만여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 2월 이후 석달째 10만명 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실업자도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금융위기 후 최악의 고용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올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최근의 경제지표 부진을 감안하면 가장 유력시됐던 7월 인상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7월을 넘기면 남은 기회는 8월, 10월, 11월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우리나라의 7월 금리인상 전망을 폐기하고 다음 시기를 10월로 예상했다. 예상 횟수도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SG는 아예 올해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 입장에선 한미 금리역전이 가장 큰 부담이다. 6월 미국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달 한은의 금리 동결로 양국간 금리차는 0.5%포인트로 벌어진다. 연말에는 1%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가계빚 증가에 따른 금융불안 우려도 금리인상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지난해 정부 규제강화 등으로 가계신용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왔지만 올해 들어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5월 기준금리 동결 결정이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2명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번 금통위에서는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금리가 동결됐다는 것은 한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지만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속도가 매우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7월로 봤던 인상 시점이 더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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