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기획재정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놓고 엇박자
경제정책 우선순위 재정립하고, 컨트롤타워부터 중심 잡아야

중심이 없는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

지난달 29일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 이후 벌어진 일련의 논쟁은 정부 경제팀의 컨트롤 타워 부재에 대한 우려를 주기에 충분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유효성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재정경제부 간의 갈등이 노출된 것으로 비쳐진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 타워라는 것에는 변함없다고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썩 개운치 만은 않다.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이슈에 가려 논쟁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 여건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경제팀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10일 남짓 기간 동안 있었던 정부의 주요 발언 및 발표 내용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1 5월29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기조를 유지하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1분위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직의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김동연 부총리의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힘을 받게 될 것이라 관측되었다.

#2 그러나 5월31일 ‘국가재정 전략회의’에서는 다른 말이 나왔다. 이틀 전 대통령이 통계청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역대 최고치인 8% 감소한 사실을 두고 ‘아픈 지점’이라고 언급한 데 비해, 31일에는 1/4분기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의 임금이 다 늘었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 임금이 크게 늘었다”며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입장을 바꾸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효과가 90%의 근거가 되는 통계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3 6월3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이 말한 ‘긍정적인 효과 90%’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공개했다. 홍 수석은 통계청에서 발표한 보고서의 원시자료(raw data)를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전체 가구의 조사결과와 다르게 전 분위에 걸쳐 평균 소득이 늘었다"며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가 악화한 것은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에서는 ‘근로자 가구’와 ‘비 근로자 가구’를 합친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한 데 비해, 대통령은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90%’라고 했기 때문에 틀린 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4 6월4일 KDI가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올해 최소 3만6000명, 최대 8만4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다. 또한 향후 최저임금 인상률을 15%로 유지하면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으로 고용 감소 영향이 확대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따라서 "최저임금이 내년에도 15% 인상되면 상대적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프랑스 수준에 도달하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발표와 발언에서 팩트는 단 하나 뿐이다. 통계청에서 작성한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역대 최고치인 8%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인상이 효과를 나타내기는커녕 오히려 하위 소득층의 소득이 줄었다는 것에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경제수석이 통계청의 원시자료를 재가공해서 근로소득자의 소득이 줄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은 구차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자들의 소득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비 근로소득자, 즉 자영업자, 실업자 등 최저임금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하위 소득자들이다. 이들의 소득감소가 근로소득자의 소득 상승분을 상쇄하는 현상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는 않고, 아전인수 격의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인간중심의 경제’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기획재정부 산하 KDI에서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보고서가 나오자 바로 ILO 이상헌 박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리면 좋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어느 수준이 ‘지나친’ 것인지, 그런 지점은 언제 오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연구기관의 역할이고, 나의 거듭되는 고민이다. 이번 KDI 분석은 그런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부정확하고 편의적인, 그것도 외국에서 ‘수입된’ 추정치를 기초로, KDI는 한국의 최저임금에 대해 논평했고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으로 결론낸 것은 분석이 아니라 용기”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이 향후 3년간 매년 15% 내외로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를 분석해 속도조절의 논리적 근거의 마련해야 하는데, 섣불리 외국의 사례를 대입하는 우를 범함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이것을 보는 국민은 청와대 경제팀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경제부처는 혁신성장을 주장해 경제정책팀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번 기회에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를 확실하게 하고, 정부 3대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첫째, 소득주도성장은 ‘성장’보다 ‘소득(즉, 분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은 장기적으로 혁신성장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정책이다. 현재 경제성장률 3% 달성도 어려운 우리 경제 현실에 소득주도성장을 우선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둘째, 혁신성장에 매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혁신성장이 추구해야 할 분야가 너무나 많다. 미래의 성장 동력산업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셋째, 혁신성장과 더불어 성장의 과실이 예전처럼 소수가 독식하는 구조를 개선해 골고루 소득이 돌아가게끔 공정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혁신성장이 없는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 친 서민 정책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우왕좌왕 하는 정부의 3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컨트롤타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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