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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의 프리즘] 6·13지방선거, 촛불혁명을 완성하다
‘보수의 몰락’은 우연이 아닌 필연…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해산하고, 새 인물 영입해 신당 창당해야
2018년 06월 14일 (목) 13:09:43 조한규 webmaster@smedaily.co.kr

한국선거 7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선거였던 1948년 5월10일의 제헌국회의원선거 이래로 6 13지방선거의 결과와 같이 보수정당의 참패를 목격한 적이 없다. 득표율 규모와 강도에서 완벽한 보수의 패배였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광역단체장선거 17곳 가운데 대구 경북 제주를 뺀 14곳에서 5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심지어 1990년 ‘3당합당’ 이후 보수(자유한국당)의 텃밭이었던 부산 울산 경남에서도 민주당후보들이 50% 이상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선거에서도 226곳 가운데 151곳에서 승리했으나 한국당은 53곳에서 이겼다. 특히 보수의 뿌리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의 시장선거에서 민주당 장세용 후보가 승리했고, 민주당 후보들이 울산 5곳, 부산 16곳 중 13곳, 경남 18곳 중 7곳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지난 30년 동안 ‘보수불패’의 신화를 지닌 서울 강남 송파구청장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됐다.

광역의원 선거에서 모두 824명(비례대표 포함)의 광역의원 가운데 민주당은 78.5%에 달하는 647명을 차지했다. 반면 한국당은 116명, 바른미래당 5명, 민주평화당 3명, 정의당 11명, 무소속 16명의 광역의원을 배출했다. 2927명의 기초의원(비례대표 포함)도 민주당이 독식했다. 기초의원(총 2천541명)의 경우 민주당 1625명, 한국당 995명, 바른미래당 19명, 평민당 48명, 정의당 26명, 무소속 172명 등으로 집계됐다.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진영 교육감후보 14명이 승리했다. 

또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12곳 중 11곳에서 승리해 원내 의석수를 119석에서 130석으로 늘렸다. 범여권이 156석(민주당130석+평화민주당 정의당20석+친여무소속3석+친여바른미래당이탈파3석)을 확보함으로써 여대야소(與大野小)로 구도로 재편됐다. 집권여당이 중앙권력, 지방권력, 의회권력 모두를 장악하게 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 이변은 아니었다. 예견된 결과였다. 촛불혁명이후 많은 정치학자들은 ‘보수의 몰락’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강원택 서울대교수는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의 보수정치’라는 논문에서 2017년 대선결과와 관련해 “본질적으로는 이제 시대적으로 ‘전통적 보수가치’의 약화, ‘박정희 세대의 보수’의 한계가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정희 보수’의 약화를 예측한 것이다. 한정훈 서울대교수는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보수의 표심’에서 “흥미로운 점은 보수층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후보에 대한 투표의 정당성이 약했기 때문에 사표방지의 측면에서 중도 성향의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에 상당히 부합되는 결과”라고 진단했다. ‘보수의 이탈’을 예측한 것이다.

정한울(여시재) 강우창(호주국립대)박사는 ‘콘크리트 보수의 균열’에서 “이번 선거(19대 대선)에서는 최종적으로 개종 보수층이 탈동원 보수층의 규모를 넘어섰다”며 “대규모 태극기집회와 막판 일부 보수층의 결집현상을 근거로 콘크리트 보수층의 복원을 점친 예측이나 분석은 과장되었음이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보수’가 더욱 균열돼 몰락할 것을 예측한 것이다. 참고로 ‘개종(conversion)’은 특정 정당 지지에서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교체하는 것을 의미하고, ‘탈동원(demobilization)’은 특정 정당 지지에서 무당파로 이전하는 것을 뜻한다.

김보미 박사(성균관대 동아시아 공존 협력연구센터)는 ‘촛불 참여와 유권자들의 변화’에서 “촛불집회라는 일시적이고 특수한 상황에서의 정치적 참여가 국민들의 정치적인 역할을 확대시켰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국민 스스로 정부 정책의 본인의 능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또 다른 정치적 활동의 적극적인 참여로 연결되었다”라고 분석했다. ‘촛불혁명’이 향후 모든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던 것이다.    임성학 서울시립대교수는 ‘지역주의 투표행태의 변화가능성’에서 지역주의적 투표성향 약화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세대와 이념의 균열로 인해 지역균열이 약화되고 있으며 그 가능성도 점차 커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대북협력을 제외한 모든 이슈에서 세대별 의견 차이를 보여 이념과 세대에 의해 지역주의가 희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되었다.” 한마디로 지역주의 약화를 예측했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이런 분석들은 2017년 하반기에 나왔다. 촛불혁명이 향후 한국 정치지형의 대변화를 예측한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권유지를 위해 내세웠던 ‘반공이데올로기’를 이념으로 삼은 한국 보수정당이 균열돼 몰락할 것으로 봤던 것이다. 그 예측은 적중했다. 지난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전국 8명의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던 한국당은 이번엔 TK(대구·경북)지역의 광역단체장 2명만을 배출함으로써 ‘TK정당’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보수몰락’의 단적인 반증이다.

특히 한국당의 전통적인 지역텃밭 부산 울산 경남의 상실은 지난 30년 동안 각종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지역주의 투표’가 크게 약화된 것을 반영한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민주당후보들의 약진도 같은 맥락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6 13지방선거 민주당 압승의 ‘1등 공신’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의 70% 대 지지율이 표심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기반으로 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6 12북미정상회담의 ‘북한 비핵화-한반도 평화’ 이슈가 지방선거를 관통했던 것이다. 드루킹 사건 여배우 스캔들 미투 운동 등의 이슈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어려운 국내 경제문제도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부 보수언론의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적 보도 또한 선거여론을 주도하지 못했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시대정신의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시대정신이 이번 지방선거를 좌우했다고 풀이된다. 

사실 국민은 2016~2017년 촛불집회에 참석해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에서 보수의 ‘민낯’을 봤으며, ‘저런 보수에게는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평범한 주부들도 적극적인 정치참여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의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한결같이 “모조리 1번을 찍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결국 ‘보수의 몰락’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던 셈이다. 

‘보수주의(Conservatism)’의 사전적 의미는 ‘관습적인 전통 가치를 옹호하고, 기존 사회 체제의 유지와 안정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이념’이다. 그러나 한국의 보수주의는 자유민주주의 반공이데올로기 한미동맹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자유 국익 교육 봉사 가족 등의 가치를 지향하는 서구의 전통적인 보수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한국 보수세력은 그동안 정권안보를 위해 ‘반공’에 집착한 나머지 선거 때마다 ‘안보장사’를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거대한 기득권층을 형성해왔다. 여기에 친일과 독재세력이 편승함으로써 보수세력은 적폐세력으로 변질됐다. 그리고 지난 19대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심판을 받았다.

미국의 사상가 러셀 커크(Russell Kirk)는 ‘보수의 정신’(The Conservative Mind)에서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로  초월적 질서에 대한 믿음  획일성과 평등주의를 배격하고 다양성과 인간 존재의 신비로움에 대한 애정  문명화된 사회에는 질서와 위계가 필요하다는 믿음  자유와 재산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신념  추상적 설계에 따라 사회를 구성하려는 사람을 믿지 않고 법률과 규범을 믿음  급격한 개혁보다 신중한 개혁에 대한 선호 등 여섯 가지의 가치를 제시한 바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보수주의가 지켜내야 할 가치’라는 칼럼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보수주의는 이념보다는 실용, 과거보다는 미래, 폐쇄보다는 개방, 분열보다는 통합, 의존보다는 자율, 극단보다는 중도,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대안 마련, 비관보다는 낙관, 부정보다는 긍정, 안주보다는 변화와 도전을 추구한다. 우리나라, 우리 민족, 우리 국민이 수많은 사람의 고귀한 헌신과 희생으로 외부세력의 숱한 도전을 이겨낸 ‘위대한 여정’을 따라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게 ‘21세기형 보수주의’의 지향점이다.”

   
맞는 말이다. 이 말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이런 가치들과는 거리가 멀다. ‘21세기형 보수주의’을 지향하는 바람직한 보수정당이 새로 건설돼야 한다. 그래야 한국 보수에게 미래가 있다. 따라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완전 해산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지지하는 참신한 인물들을 새로 영입해 신당을 창당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은 그대로 두고 당의 포장만 ‘개혁적 보수’, ‘중도개혁보수’로 바꾸는 것으로는 재기하기 어렵다. 사람을 확 바꿔야 한다. ‘천막당사’와 같은 꼼수는 두 번 다시 통하지 않는다. 당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절반을 외부에서 영입하기 바란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번 선거에선 ‘파란 꽃’이 전국을 뒤덮었다. 국민은 시들은 ‘빨간 꽃’을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태극기의 파란색과 빨간색의 조화가 음양의 조화인 것처럼, ‘파란 꽃’과 ‘빨간 꽃’이 싱싱하게 골고루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싶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회장·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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