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처벌에도 담합 끊이질 않아…처벌 수위 강화해야

[중소기업신문=김경호 기자] 시멘트 가격과 시장 점유율을 담합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부당이득을 올린 시멘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억대의 벌금형으로 끝났다. 건설 비용이 올라가 종국엔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불법 담합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명재권 부장판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일시멘트에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현대시멘트와 삼표시멘트, 성신양회, 쌍용양회 등 4곳도 각 벌금 1억2000만원∼1억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담합을 주도한 실무자들에게는 실형이 떨어졌다. 한일시멘트의 유모 전 영업본부장, 성신양회 장모 전 영업본부장은 각 징역 1년, 쌍용양회 조모 전 영업본부장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이들은 2010년부터 시멘트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자 2010년 하반기 무렵부터 2013년 4월까지 업체별 시장 점유율을 정한 뒤 시멘트 가격 인상을 합의한 혐의로 기소됐다.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거나 권역별로 점유율을 합의하더라도 건설사 등 수요자 입장에선 대체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노리고 이같이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건조시멘트 모르타르의 국내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하는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등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모르타르 가격과 권역별 시장 점유율도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시멘트 회사들의 담합 행위는 이전에도 수차례 적발된 적이 있으나 시정하지 않고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이 같은 담합 행위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침해하고 독과점 이윤에 의해 소득 분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헌법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 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서 국민 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매우 커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담합으로 인위적으로 시세가 조작된 시멘트 납품으로 건설비용은 올라가고 아파트 분양가격 등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비리 시멘트 회사들이 올린 부당이득이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인 셈이다. 이들이 올린 부당이득에 비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담합 사건이 법적 처벌에도 끊이질 않고 있는 것은 처벌에 비해 매출 등 과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담합비리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 시키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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