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기업 고용 여력 갈수록 떨어져…공공 부문 채용에 치우쳐
일자리 창출은 정치 문제 아냐…단기 실적 급급하면 일 그르쳐

지난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6만4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만2000명 증가에 그쳤다. 이는 8년4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5월 청년 청년층 고용률도 42.7%로 전년 동월 대비 0.3%p 하락했고, 전체 실업률(4.0%)과 청년층(15~29세) 실업률(10.5%)은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취업자 증가 폭은 미국 발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최저다. 지난 2월부터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물렀던 취업자 증가 폭이 5월 들어 7만명대 수준으로 떨어져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2016년 수출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때에도 월별 취업자 숫자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는데, 현재는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정부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숫자가 대폭 감소했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산업별로는 교육서비스업(9만8000명 감소, -5.0%), 제조업(7만9000명 감소, -1.7%), 도·소매업(5만9000명, -1.6%)이 가장 부진했다. 특히 제조업은 자동차, 조선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달부터 2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3만8000명 증가, +7.1%), 공공행정 국방, 사회보장행정(8만6000명 증가, +8.0%) 등의 분야는 대폭 늘어나, 정부의 영향력이 큰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5월 고용동향’에 나타난 일자리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는 민간 기업의 고용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부문 채용에 치우친 정부 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계청 발표 자료와 관련하여 김동연 부총리는 ‘고용 관련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고 "생산인구 감소와 주력업종 고용창출력 저하로 일자리 창출이 나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경기요인도 겹쳐 일자리에 어려움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업종·계층·맞춤형 지원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 추진 방안으로는 ▲소득분배 악화 문제와 연계해 고령층, 영세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일부 도소매 숙박업 지원 ▲일자리 만들어낼 수 있도록 내수 활력 제고 노력을 강화 ▲시장에서 일자리 창출될 수 있도록 필요한 규제 혁신, 재정·세제 지원,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정부의 대책이 깊은 고민에서 나온 것인지는 의문이 든다. 15일 통계청 발표와 동시에 회의를 소집하고 바로 대책을 내놓을 정도의 사안이라면 애초에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호전되기는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용시장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인 원인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처방을 내놓아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더욱이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언론이나 학자들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일부 업종이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이 또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면 정책 방향의 선회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고용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두고 추진했음에도 그 효과가 미미한 것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산업 구조조정, 인구구조 변화 등 경제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 등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따라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한 단기적인 효과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구조조정과 인구구조의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결국 구조조정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성장으로 귀결된다. 즉, 혁신성장을 통한 사회·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때 비로소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해결된다.

일자리 창출은 경제적인 문제이지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다. 조바심을 가지고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하게 되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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