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술유용 첫 처벌 사례 되나…사실땐 엄벌로 재발 막아야
[중소기업신문=김두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중소기업 기술을 유용한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때 중소기업벤처부(구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기술 협력대상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동반성장에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진 두산인프라코어가 사실은 중소기업의 '뒤통수'를 치고 있었다는 의혹인 셈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에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중소기업 건설장비 관련 기술을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올해 기계와 자동차를 '집중감시업종'으로 선정하고 고강도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의 공소장 개념의 심사보고서가 발송됐다는 것은 공정위 사무처가 조사를 통해 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 위원회에 사건을 상정해 심판을 진행한다는 뜻이다. 향후 두산인프라코어의 소명절차를 거친 뒤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가 결론 날 예정이다.
중소기업 기술유용 행위는 사실상 기술탈취 행위로 해당 중소기업을 생존위기로 몰아가는 심각한 갑질 범죄다. 고생 끝에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대기업과 협업이나 계약과정에서 기술만 빼앗기고 일감을 받지 못하거나 일감을 받더라도 납품을 빌미로 울며겨자 먹기로 핵심 기술을 넘기고 단순 납품사로 전락해 갑을관계가 뒤바뀐 중소기업의 하소연은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갑질이 법적 처벌로 끝나는 사례가 드물다는 점이다. 중소기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납품길이 막힐까 두려워 신고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고 법적으로 가더라도 긴 소송 자체가 부담인데다 끝까지 가더라도 승소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며 “사실상 억울하더라도 대기업이 제시한 일감이나 보상을 수용해 끝나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오랜 시간을 거쳐 법적으로 승소하더라도 미운털이 박혀 국내가 아닌 해외업체를 찾아다녀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대기업 갑질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현 정부는 중소기업 기술유용 근절을 100대 국정과제로 포함시켜 출범부터 고강도 조사와 엄벌을 예고했다. 중소기업 전담 부처인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역시 취임 이후 ‘1호 정책’으로 기술탈취 근절을 내세웠으며, 공정위는 신고에 의존하지 않고 업종별 직권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따라 두산인프라코어의 ‘갑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처벌 수위가 정부의 이런 의지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강력 처벌로 일벌백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5년 사실상 정리해고 통보와 다름없었던 신입사원 희망퇴직으로 거센 사회적 역풍을 맞았던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번엔 중소기업 갑질 의혹으로 또 다시 여론 도마에 오른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는 우리뿐만 아니라 기계업종 전체를 조사중”이라며 “현재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를 받고 소명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