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공천권 거머줘 경쟁 치열…후보단일화‧합종연횡 심화될 듯
‘친문’ 경쟁보다는 남북문제‧경제 잘 챙기는 정치인 당대표로 뽑아야

여름 정국의 최대 관심사는 민주당 당권경쟁이다. 8‧25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현재 권력’의 그림이 나타나고, ‘미래 권력’의 씨앗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당권경쟁은 대권경쟁 못지않은 다이내믹한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다.   

당권경쟁은 2막 4장으로 구성된다. 1막은 7월27일 치러지는 예비경선. 국회의원 등 600여명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의에서 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을 선출하는 ‘컷오프(cutoff)’다. 단, 당 대표 후보 4명 이상, 최고위원 후보 9명 이상이 후보로 등록할 경우에만 각각 실시된다.

2막은 8월25일 정기전당대회의 본경선. 당대표 1명과 최고위원 5명을 분리 선출한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2명이다. 예비경선과 본경선 모두 당대표의 경우 1인 1표, 최고위원의 경우 1인 1표로 2인 연기명(투표자 1인이 2명에게 기표) 방식이 적용된다. 합산비율은 ‘전국대의원 투표 45%(현장투표)+권리당원 투표 40%(ARS 투표)+일반당원 여론조사 5%+국민여론조사 10%’이다. 전국 대의원 투표는 원샷 투표로, 전당대회 당일 현장에서 실시된다. 단, 최고위원 ‘여성할당’은 없다.

‘8‧25전대’에서 선출된 당대표‧최고위원은 2020년 21대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거머쥔다. 그래서 초선의원들은 벌써 긴장하고 있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공천권’을 내세워 줄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초선의원들이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민주당 한걸음 더!’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당권주자들의 줄 세우기를 겨냥한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당 지도부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기존 관행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 초선들의 이런 심경을 대변했다.

이에 친문계 핵심 황희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이번 전대는 공천 주도권 확보를 놓고 다투는 자리가 되면 안 된다. 경제문제로 당정이 매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성공을 위해서는 당이 내용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공천권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을 흐린다면, 전대 이후라도 당 대표가 민심과 어긋나게 공천을 좌지우지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공천권 혁신이 필요하다. 공천권을 앞세워 줄을 세우는 행태는 구태 중 구태다. 이런 후보가 있다면 경선에서 표로 심판해야 한다. 50%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은 사당(私黨)이 아니다. 공당(公黨)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공당이라면 ‘사천(私薦)’이 아닌 ‘시스템 공천’을 해야 한다. ‘시스템 공천’ 등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국정치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 이번 전대에서 이런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할 새로운 정치철학과 포용적 리더십을 지닌 후보를 선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당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후보들은 김두관‧김진표‧박범계‧박영선‧설훈‧송영길‧우원식‧윤호중‧이석현‧이인영‧이종걸‧이해찬‧전해철‧최재성 의원(가나다 순) 등 14명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출마하려면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낙연 총리의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물론 14명 전원이 대표경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후보단일화-합종연횡과 같은 연합정치에 의해 출마를 접는 후보들이 나올 것이다. 일부는 최고위원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고위원경선에 출마하려는 후보들까지 가세하면, 역대 최다 인원의 후보들이 대표‧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20여명이 거명되고 있다. 출마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러다보니 후보단일화-합종연횡은 불가피해졌다. 이는 정당의 고질적인 병폐인 계파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게다가 성격상 계파 간 대결구도로 치러지는 중앙위원회의 예비경선에서 ‘친문(親文)’이 뭉치고 여기에 대항해 ‘비문(非文)’이 후보단일화를 이뤄 이전투구의 당권싸움을 벌이게 되면 민주당도 자유한국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이미 그 전조(前兆)는 나타났다. ‘부엉이 모임’의 파문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문재인 당대표 시절 주요 당직자들과 영입 인사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민주당 비공식 의원 모임인 ‘부엉이 모임’ 파문이 이런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엉이 모임’은 지방선거 뒤 3차례 모였으며, 일부 언론 보도로 파문이 일었다.

그러자 좌장 격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모임 소속) 의원들이 해산하자고 의견을 모아서 공감했다. (앞으로 부엉이 모임 회원들과) 밥도 안 먹겠다”고 말했다. ‘부엉이 모임’ 해체를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겉으로는 모이지 않지만 SNS를 통해 결속을 유지하고 교감을 가질 것이다.

민주당 인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친문’은 김진표‧박범계‧윤호중‧이해찬‧전해철‧최재성 의원 등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지난 대선 때 대선캠프의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송영길 의원도 ‘친문’이라고 할 수 있어 사실상 친문계는 모두 7명이다. 중도 성향의 후보들까지 포함하면 ‘비문’도 김두관‧박영선‧설훈‧우원식‧이석현‧이인영‧이종걸 의원 등 7명이다. 외형상 ‘친문 대 비문’ 간의 대결구도는 막상막하다. 

하지만 민주당에는 ‘친문이 없다’는 당내 여론이 대세다. 초선 토론회에서 김영호 의원은 “우리 당 모두가 친문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정치활동을 함께 한 것을 내세워 전대를 치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은 “민주당은 통합이 잘 되어 있다. 요새 친문, 비문 하는데 솔직히 웃긴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 필자가 봐도 ‘친문’은 없다. 지난 지방선거 때 ‘친문’을 앞세우지 않았던 후보가 있었던가. ‘친문’의 수장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70%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에 민주당에서 누가 ‘반문(反文)’과 ‘비문’을 하겠는가. 중앙위원들이 아직도 ‘원조 친문’ 운운하며 계파에 따라 후보를 선출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없다.

문 대통령은 이미 ‘친문’을 초월했다. ‘친문’을 내세워 당권을 장악하겠다는 후보가 있다면 문 대통령을 욕되게 할 뿐이다. ‘진짜 친문’은 북핵문제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문 대통령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민생과 경제를 잘 챙기는 정치인이다. 그런 정치인을 당대표로 뽑아야 한다.

조한규 중소기업신문 회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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