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현행 1.50% 유지
미 금리인상·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
JP모건·BoA 등 해외IB "8월 금리인상에 무게"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를 개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8개월째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국내경제 지표에 뚜렷한 개선 기미가 없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심화 및 신흥국 경제위기 등 대외 불안요인이 산재하면서 당장 금리를 조정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10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은이 언제쯤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본부에서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이후 다섯 번째 동결 결정이다.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예견된 행보다. 시장에서는 금리를 올릴 여건이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한 목소리로 금리 동결을 점쳤다. 미중 무역전쟁 확산 및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신흥국 위기 등 대외환경이 여전히 불안정한 데다 국내에서도 고용 사정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일자리 상황은 '쇼크'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6000명(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취업자수 증가폭은 지난 2월 이후 5개월 연속 10만명 대에 머물러 있다. 실업자도 103만명을 넘어서면서 금융위기 후 최악의 고용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 패권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경제가 '고래 싸움'에 낀 양상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갈등으로 중국의 대미수출과 산업생산이 감소하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미중 무역전쟁은 국내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달 기업 체감경기는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우려로 4개월 만에 꺾였고, 소비자심리지수는 1년 2개월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장 유력시됐던 7월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이 결정된 만큼 남은 기회는 8월, 10월, 11월이다.

해외투자은행(IB)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한은이 다음달 31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HSBC도 "한미 간 금리차가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8월 금리 인상을 점쳤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노무라는 금리인상 시기를 각각 10월과 11월로 예상했다.

한은 입장에선 한미 금리역전이 가장 큰 부담이다. 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달 한은의 금리 동결로 양국간 금리차는 0.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이 오는 9월과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 연말에는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전병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여건이 불안한 상황에서 수출지표의 부진은 충분히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요소"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한다는 기존의 경로가 유지된다면 한은이 올 4분기에 한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