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 정책에 치우쳐 오히려 영세 중기·소상공인 어려움 가중
중기 ·소상공인 경쟁력 제고에 발맞추어 임금 인상해야

최저임금위원회가 14일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했지만, 사용자나 근로자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어중간한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계는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면서 정부가 실질적인 부담경감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사용자 측에 속하는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위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인건비 상승의 원가 반영과 동맹 휴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결정이 노동계를 만족시킨 것도 아니다. 노동계는 애초 요구한 시급 8680원으로의 인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해 강력한 최저임금법 재개정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계의 입장은 대기업과 하청업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한 관행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이번 최저임금 인상폭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임금 인상과 관련된 정책 결정은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마련이고, 어느 한쪽에 만족스러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에 문제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이미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업들에게는 충격이 덜한 반면, 소상공인들에게는 크게 와 닿는데도 정부가 밀어 붙이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계획을 발표하던 시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이맘때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6.4% 오른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으며,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 매년 16%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깊은 고민에서 나온 정책이 아니다. 이전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 깊어가는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것은 당연히 환영해야 하지만, 급격한 인상이 가져올 사회·경제적인 파장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상가임대차 공정화, 프랜차이즈 합리화, 카드 수수료 인하 등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면서, 이와 병행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즉 소상공인들의 경쟁력 제고와 발맞추어 임금인상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지난해 촛불 민심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라는 정당성을 바탕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비록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는 하지만, 주변 경제 환경을 차분하게 검토하지 않고 소득주도성장의 일환으로 성급하게 발표된 점이 없지 않아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은 분배 정책이다. 분배 정책은 성장 정책(경제 성장)에 의거해 추진되어야 하는데, 지난해 정부는 분배를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는 일부 학자들의 논리를 채택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약속한 향후 3년간 16% 인상을 지키고 못하고 내년도에 10.9%만 인상하면서, 노사 양축 모두에게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는 예측 가능했음에도 일부 학자 출신 청와대 경제팀이 추진한 예고된 참사다. 매년 수해가 발생할 때 마다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말이 단골로 나온다.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아 발생한 재난이라는 의미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추진이 바로 인재(人災)다.

이원호 논설위원·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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