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3대 수출 주력업종 한계기업 464개…1년새 16%↑
금리 인상·고강도 신용평가에 부실기업들 벼랑 끝 내몰려
이르면 이달 말 채권은행 대기업 구조조정 '살생부' 나와

▲ 국내 시중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형성장 없이 금융권 대출로 수명을 연장해온 한계기업에 대한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의 퇴출작업이 강도 높게 이뤄질 전망이다. 사진=연합

[중소기업신문=이지하 기자] 저금리 혜택 속에서 외형성장 없이 금융권 대출로 수명을 연장해온 한계기업이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수는 최근 2년 새 100개 가까이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시중금리 상승기와 맞물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어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의 '부실기업 솎아내기'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13대 수출 주력업종의 한계기업 수는 464개로 전년 대비 65개(16.29%) 늘었다. 한계기업은 지난 2015년 370개에서 2016년 399개로 29개(7.8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 한 해 동안 두 배 가량 늘어나며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계기업은 통상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갚지 못하는(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을 말한다. 13대 수출 주력업종은 선박, 무선통신기기,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기계,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디스플레이, 섬유류, 가전, 자동차부품, 컴퓨터 등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한계기업 증가 수는 일반기계 업종의 한계기업이 29개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부품(26개), 섬유류(16개), 무선통신기기(10개) 등의 순이었다. 

특히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한계중소기업의 증가세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중소기업은 전체의 44.1%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0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한계기업 비중은 2013~2015년 38%대에서 2016년 41.6%로 뛰었고 지난해에도 3%포인트 가량 늘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국내 시중금리 오름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그동안 저금리에 편승해 부채를 늘려온 한계기업들의 부실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매년 금융당국과 채권은행이 저금리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등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초비상이 걸린 만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채권은행은 매년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A∼D등급의 4단계로 분류한다. A등급은 정상기업, B등급은 정상기업이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이며, C·D등급은 각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이른바 '퇴출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평가는 4~6월 기본평가 및 세부평가를 거쳐 7월 구조조정 대상을 발표하고, 중소기업 평가는 7~10월 신용위험평가를 진행해 연말께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다. 금감원과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이나 8월 초에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마무리하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이 기업여신의 부실화 차단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만큼 올해 구조조정 기업 규모는 예년과 같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봐주기식' 신용위험평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세웠고,  채권은행에 대해 엄격한 신용위험평가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늘어나면 금융사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실 중소기업을 속아내는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부동산입대업이나 구조적인 업황 부진에 직면한 조선·해운 협력업체들이 대거 구조조정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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